[김관식 칼럼] 문학작품에 대한 안목을 넓혀야 한다

김관식

시에 대한 안목이 없는 사람은 시를 읽고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식의 감상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습작기에 보통 시 공부를 한다고 동인들끼리 시에 관한 이론도 공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작시 발표회를 갖고 서로의 소감을 말하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칭찬 일색의 엉터리 소감을 듣고 발표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나 날카로운 비판적인 소감을 말하는 사람과 나쁜 감정을 갖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대부분은 시적 능력이 엇비슷하므로 자작시 발표회를 갖는다고 해서 시적 능력이 향상되기는커녕 서로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같은 수준의 시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서로의 시적 능력이 향상되기를 희망하지만, 시적인 능력은 쉽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시적 능력이 뛰어난 시인들의 자작시에 대한 지도 평을 받는 것이 오히려 시적 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한국문단에서 시인, 작가를 배출할 때 서당식 교수학습법과 엇비슷한 추천제를 두어 선배 문인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습작하다가 선배 문인이 이제 시인이나 작가로 문단에 내보내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서면, 문학 전문 잡지에 추천하여 정식으로 공인된 문인으로 내보냈다. 이는 추천한 문인이 신인의 문학적 능력에 대해 공인을 해주는 제도가 추천제나 오늘날 이러한 문예잡지의 추천제가 변질되어 추천하는 심사위원의 이름만 빌리고 문예지 발행자가 마음대로 문학적 능력의 유무보다는 문예지 고객 유치에 필요하다고 확신이 드는 사람을, 추천제를 악용하여 문인으로 내보내다 보니 이것이 일반화되어 정말 문인이 될 실력을 전혀 갖추지 않는 노래방문학이 되어버린 것이 오늘의 우리나라 실정이다.

 

문학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 오직 돈벌이나 명리적 가치를 실현할 목적으로 문예지를 발행하고 문예지에 신인 추천이나 신인상 제도를 두어 자신의 영업행위에 보탬이 되는 고객을 문학적인 표현 기능의 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아무 글이나 써 오면 추천하여 신인으로 내보내는 등 짝퉁문인을 대거 양산하여 문인 홍수 시대를 열었다. 이들 문예지들은 자신의 영업을 확장시킬 목적으로 문학 애호가나 문학작품 향수자들을 대거 추천하여 신인이라고 등단증이나 기념패를 주고, 이들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문학작품에 대한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한 동인 성격의 모임을 알선하여 정기적으로 시 낭송회를 갖거나 시화전을 개최하는 등 문학을 여가선용의 취미 활동 문화로 변질시켜 놓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문학단체는 문학작품을 전문적으로 창작하는 문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문학을 취미 오락 활동으로 여기는 노래방 성격의 문학 놀이를 즐기려는 낭송가, 놀이문화를 알선하는 문학 놀이 사업 경영자나 가이드, 문학단체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세력 확장을 위한 정치판 문화로 전락했다.

 

따라서 문학단체에 유독 시인이나 수필가가 많다. 시를 충분히 습작하고 시인이 된 문인이 아니라 산문의 경우는 길이가 길고 시는 짧으니까 쉽게 쓸 수 있다고 무턱대고 뛰어든 산지기가 거문고를 사들인 격이라 오직 명리적 가치 실현에 눈독을 들이거나 시낭송으로 문인임을 증명하려 한다. 따라서 문학작품 창작을 전문으로 하는 문인단체가 문학놀이를 즐기는 문학놀이꾼으로 전락한 노래방문학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은 문학작품을 창작할 것인가 하는 정보교환보다는 명리적 가치를 만족해 줄 낭송회, 시화전, 문학상 타기, 책 발간, 저렴한 문예지 발표지면의 정보 등 자신의 명리적 이해타산을 저울질하는 문학인다운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명리적 욕구를 충족해 줄 노래방을 찾는 속물적인 문학놀이꾼의 작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다.

 

문인단체는 문인으로서의 거듭나기 위한 정신적인 자세를 가다듬는 정신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선각자로서의 선비적인 품위를 지녀야 문인으로 대접을 받는 것인데, 시장바닥과 같은 명리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뜬구름 잡기식의 산지기가 신분 세탁을 위한 거문고 갖추기, 졸부가 지식층임을 과시하기 위한 눈속임용 현관의 전집류 도서 장식과 유사한 짝퉁문인들의 요란하고 천박한 각설이 타령으로 소음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현대시가 어떻게 변화했고 현대시가 무엇인지 모르고 대중가요 가사와 같은 시를 자작시라고 발표하고 낭송하고 끼리끼리 즐거워하고 그러한 시로 문화예술 기금을 타내어 책을 발간하고 문학상을 타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노벨문학상과 같이 세계인들이면 누구나 인정하는 공인된 문학상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정신적으로 빈곤한 후진국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단체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학상을 만들어 그야말로 문학상이 너무 많고 짝퉁문인 조차도 문학상을 한두 개씩 안 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문학상이 우수한 작품을 창작한 문인을 격려하기 위한 문학상이 아니라 문예잡지에서 주는 문학상은 고객 유치를 위한 문학상, 문학단체에서 주는 문학상은 문학단체 활동이나 문학단체 주도권 존속을 위해 주는 문학상, 기타 추모 문인 선양사업회나 지자체에서 주는 문학상은 운영위원회나 심사위원의 공정한 작품 위주의 문학작품 선별보다는 상금 나눠 먹기에 유리한 인물에게 주거나 정치인들의 입김에 의해 정치 지지기반 구축을 위한 선심용 인사에게 주는 문학상 등 비정상적인 운영과 심사위원의 불공정한 파행적인 행동들이 관례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저급한 문인들의 낙후된 작태를 청산하고 선진 문인의 품위를 갖추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을 높여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 강은 문학단체 활동과는 거리가 먼 생계를 위해 서점을 운영하면서 오직 작품 집필활동에만 전념한 문인이었다. 

 

한강의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혼탁한 한국문학 단체들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하는 충격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문학단체 활동을 통해 자신의 명리적 가치만을 좇는다거나 노벨문학상과 같이 공인된 문학적 성과도 없으면서 자신의 문학비를 세우고, 자화자찬의 문학관을 짓는 천박한 문인들의 행동에 쐐기를 박았다.  

 

현대 시는 현대의 정서를 담은 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송하는 소월의 「초혼」 같은 낭만주의 시대의 시들이나 근대 시 이전의 노래 가사에 불가한 노래 가사와 같은 관념어, 추상어, 주관적 감정투성이의 시들이 현대 시 인양 이런 시들까지 버젓이 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내세우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엉터리 퇴물 대학교수들을 심사위원으로 내걸어 정당화하는 등 국민들을 우롱하는 짓은 이제 청산할 때이다.

 

근대 이전의 시와 현대 시와의 구별 점은 첫째 근대 시 이전의 시들이 정형의 틀에 갇혀있었으나 현대 시에는 정형의 틀을 깨고 내재율로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둘째, 근대 시 이전의 시들은 노래 가사에 불가했다. 그러니까 시가 음악과 결합되었다는 뜻이다. 현대 시는 시가 회화와 결합되어 그림을 그리듯이 이미지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나라 운문에서 현대까지 존속되는 것은 시조 장르이다. 그러나 현대시조는 현대의 정서를 노래하여야 한다. 글자 수 맞추기에 급급하거나 관념어나 추상어를 그대로 나열하는 것은 현대시조가 아니다. 

 

넷째, 노래 가사 성격이었던 근대 시 이전의 시는 관념어나, 추상어를 시어로 사용했지만 현대 시에서는 가급적 관념어나 추상어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밖에도 구별 점은 많지만, 현대 시가 아닌 낭만주의 시대 주관적인 넋두리를 정서가 공감가지 않으면 초현실주의 시인 줄 착각할 정도로 시에 대한 안목이 없는 사람이 문인이라면, 문학작품에 대한 안목을 기르기 위해 문학사에 검증받는 문인들이나 노벨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안목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길은 문인의 창작 능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5.08.25 09:56 수정 2025.08.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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