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소상공인 채권에 대해 소멸시효 연장을 중단하고, 소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장기 연체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추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금융기관들의 채권 회수를 위한 반복적인 시효 연장과 소송, 부분 변제 유도 등 과거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코로나19와 고금리 시기를 거치며 빚을 갚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회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도덕적 해이와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1. 무분별한 시효 연장, 장기 연체자 양산의 진짜 원인
금융권에서는 그간 채권 소멸시효가 도래할 때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일부 변제를 유도해 시효를 다시 연장하는 방식으로 채권 회수 가능성을 유지해왔다. 이는 법적으로 허용된 방식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갚을 능력이 없는 연체자들에게 끊임없이 심리적, 재정적 압박을 가하는 구조였다.
특히 소액 대출이 다수인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연체 금액보다 훨씬 큰 이자와 추심 비용에 시달려야 했고, 이로 인해 수년간 금융거래가 사실상 정지된 ‘금융 소외층’으로 전락하곤 했다. 이러한 악순환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
2. 정부 “사실상 회수 불가 채권은 소각 절차로 전환”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발표를 통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특수 채권의 경우, 소멸시효 연장보다는 소각 절차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연체 면제나 유예가 아닌, 법적 시효의 종료에 따라 채무 자체를 소멸시키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공공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러한 방침을 우선 도입하고, 민간 금융기관에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방침은 소상공인 채무자들에게 ‘빚 탕감’이라는 실질적인 회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활동 재개를 돕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3. 소멸시효 연장 지양…리스크관리위원회 통해 선별
다만 정부는 이 조치를 전면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회수 불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금융·법률·회계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위원회는 각 채권의 회수 가능성, 채무자의 현재 경제상황, 과거 상환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소멸시효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정책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채무 탕감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4. 채무자 회생 vs 도덕적 해이…공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고의적 연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성실하게 상환을 이어온 대출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일정 기간만 버티면 빚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오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 전문가들은 성실 상환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 체계 도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일정 기간 이상 성실 상환한 이들에게는 금리 감면, 세금 공제, 추후 대출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공정한 기준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칫 이번 정책이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회생을 원하는 사람과 고의적 연체자를 구분하는 기준의 정립이 관건이다.

결론
정부의 채권 소각 추진 정책은 단순한 채무 탕감이 아닌, 경제 시스템의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금융 약자를 위한 제도적 구제 장치와 동시에, 성실 상환자에 대한 형평성 있는 보상 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질 때, 진정한 ‘포용적 금융’이 완성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면제가 아닌 재기의 기회 제공에 있다. 이 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기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