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한국아동문학은 변해야 한다

김관식

한국아동문학은 어린이 독자가 없다. 어린이들을 독자 대상으로 한 문학이라고는 하나 성인 작가가 동심이라는 유토피아를 설정하고, 작가들의 자기표현을 위한 문학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을 중시한다는 아동문학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이라기보다는 단체중심이나 문예잡지, 특정한 개인을 추종하는 문학 외적인 활동 중심으로 문학 본질적인 가치가 왜곡되고 있는 반포스트모더니즘의 고착화로 볼 수 있다.

 

아동문학은 모든 원초적인 인간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장 순수하고 인간다운 문학으로 모든 문학의 모태이다. 그렇다면 성인문학보다 더 뛰어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동문학가들이 자신의 자식에게 읽기기 위한 문학작품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 작품을 창작해야 모든 문학 장르를 망라한 모태 문학의 선도적인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아동문학 작가들은 문학적 기초습작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성인문학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글을 쓰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무턱대고 뛰어든 사람들이 많은 실정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그야말로 자기표현과 자기의 명리적 가치 실현을 위한 방편으로 아동문학 장르를 선택했기 때문에 어린이 작품인지 어른의 작품인지 구별이 모호한 습작기 수준의 작품을 발표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호화판 작품집, 출판기념회, 문학상 수상에 목매달기 등 속물적인 문학 본질과는 동떨어진 일에만 관심을 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이를 인격체로 받아들인 것은 19세기 중엽 서양에서 먼저 어린이를 인격체로 보게 되었고,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야 1930년대 소파방정환에 의해 어린이를 인격체로 받아들이자는 운동이 벌여졌다. 어린이를 인격체로 보고 어린이를 위한 서구적인 문학이 본격적으로 출발하게 된 것은 1930년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에서부터였다. 

 

방정환 선생은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걸고 어린이문화운동으로 동요 보급 운동에 노력한 나머지 동시 발전은 다소 늦어져 1960년대에서야 본격문학으로 동시문학이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어린이를 사랑한 대표적인 인물로 영웅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대중들은 영웅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기력한 패배의식을 영웅을 통해 대리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은 영웅이 없는 시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에서 근대, 혹은 모던시대라고 일컫는 18세기 계몽주의로부터 시작된 이성중심주의 시대의 합리주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면서 실존을 강조하며, 절대적인 가치를 부정한 탈이념, 해체를 주장하는 사상적인 경향을 말한다. 오늘 날 문학에도 이러한 경향이 적용되어 탈장르, 패러디, 상호텍스트성, 메타 픽션과 자기 반영성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모든 전통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예술과 문학의 흐름에 대한 우리나라 아동문학가들은 인식이 없이 기존의 방식에 의해 아동문학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문학 본질에서 벗어난 단체중심으로 작가의 순위 매기기, 문학상 수상 등 오염된 문학 풍토가 한국아동문학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면적으로 기존 가치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는 상반된 과거 문화에 고착된 채 답습 문화를 되풀이함으로써 속물주의적인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문화퇴행적인 현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좋은 작품의 구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제2의 방정환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문학의 본질을 중시하는 모든 문학을 선도하는 문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아동문학가들 스스로가 자기 욕심을 버리고 대아적인 자세로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문학은 향유 층 작가들의 요란한 문학 활동으로 문학의 본질을 떠난 작품 활동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결과, 아동문학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리고 아동문학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신망을 잃어버린 결과를 가져왔고, 아동문학 하는 사람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일부 문학단체의 모습이다. 이들 단체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잘 알 것이다. 이들의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인해 좋은 작품을 쓰는 창작형 문학인들까지 평가절하가 되고 있다. 우리 아동문학가들이 이러한 문학 풍토를 개선하는데 앞장 서야 마땅하나 그 온상이 되고 있다면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반포스트모더니즘적인 행태로 운영되는 문학단체, 그리고 그러한 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동문학가들은 이제 부끄러움을 알 때가 되었다. 최승호 시인의 시집 『방부제가 썩은 나라』의 표제작 “모든 게 다 썩어도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라고 우리 사회의 병리를 풍자했다. 비민주적인 단체 운영과 소수자의 권력체제 유지를 위한 그야말로 유치한 감투 놀음이나 문학상 놀음으로 후배 작가들을 기만하는 속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문학단체는 성인단체는 물론 아동문학 단체에서는 있어서도 안 되고, 더 이상 존속해서도 안 될 것이다. 

   

21세기 가장 민주적으로 어린이를 위해 선도적인 민주 의식의 본보기 되어야 할 아동문학 단체나 아동문학가들이 지탄을 받을 정도로 행동하고, 아동문학의 소외 운운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제 소수의 파당 행위의 작태를 청산하고 미래 선진 대한민국의 문학단체의 민주화에 앞장서야 모든 문학의 모태문학으로서의 선도적인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아동문학을 제자리 잡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아동문학은 우리나라의 미래 어린이들에게 정서 함양과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는 기능을 가진 만큼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문화습성을 확대재생산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아동문학가들의 책임과 사명 의식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런 막중한 책임 의식이 강조되는 문학을 자신의 명리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뻔뻔한 작가일 수밖에 없다. 이제 어린이들에게 부끄러운 짓은 그만 청산할 때이다. 아동문학이 모든 모태의 문학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진실한 작가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이다.

   

자신의 창작품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읽고 평가한다고 생각했을 때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며 좋은 작품 창작에는 관심이 없고 비생산적인 문학 활동을 통해 자기네들끼리 서열화하는 조직 노름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런 추태를 정당화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다 같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냥 적당히 노력하지 않고 단체의 감투로 무능력한 자신을 위장하려는 거짓된 아동문학가들의 화려한 경력이 부끄러운 짓임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어린이에게 필요로 한 작품을 창작하는데 힘이 부칠 것인데 그저 그런 엉터리 작품을 창작하고 발표하고 명맥을 유지하려는 불쌍한 아동문학가들의 유치한 어린이 같은 행위는 불량식품을 어린이들에게 먹이려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두고두고 지탄받을 대상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를 바로 이해하고 그들을 인격체로 존경하는 성숙한 작가로 거듭나 치열한 작가 의식으로 혼을 담은 작품을 창작하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문학 본질을 존중하고 마음을 비울 줄 아는 동심, 어린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멸의 혼을 담는 작품을 창작하는데 자기 수양과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 불멸의 정신은 작품 속에 투영되어 이 나라 어린이들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5.09.15 09:53 수정 2025.09.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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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