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의 연작詩] 두 친구 (39)

전승선

 

두 친구 (39)

 

 

다정하게 길을 걷던 두 친구가

어느날 문득 의심을 품고 말했지!

 

“나는 더 이상 속지 않겠어”

 

자신을 미끼 삼아 자손을 낳으라는

유전자의 끝없는 명령을 거부한 친구는

자신의 삶은 자신의 의지에 있다고 믿고

생명의 강에서 벗어나 스스로 노를 저어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마음껏 살겠노라고 했지!

 

그러자 한 번도 의심이라는 걸 하지 않은

순하고 순한 얼굴의 다른 친구가 말했지 

 

“난 우주의 질서에 순응할 거야”

 

자신은 여전히 씨앗을 품어 보고 싶다며

유전자의 끝없는 명령에 순응한 친구는

아이의 울음에서 날마다 새 아침을 열고

피와 살로 이어지는 생명의 줄기를 가꾸어

생명의 강에서 노 저어 가겠노라고 했지!

 

이때 두 친구의 발밑을 지나가던 개미가

허리를 잡고 껄껄껄 웃으며 말했지!

 

“바보들아! 문제는 지금 너희들이 

내 발을 밟고 있다는 거야”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

작성 2025.09.22 09:06 수정 2025.10.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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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