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가라테] 16. 미야기 쵸준 좌우명에 담긴 가라테의 평화 철학

생명을 보물로 여긴 오키나와 정신, 싸움을 거부하는 무도

막기 기술로 시작되는 품(型), ‘선제공격 금지’의 철학

심술(心術) 수련과 인격 완성을 향한 궁도 무한(究道無限)

宮城長順ⓒgojyuryubujyutsukan

 

 

오키나와 전통 가라테의 궁극적인 정신성을 상징하는 문구가 있다. 바로 미야기 쵸준(宮城長順)의 좌우명, “사람을 때리지 않고 사람에게 맞지 않으며, 아무 일 없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단순한 무술 기술을 넘어선, 평생에 걸친 인격 수양과 평화주의적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미야기 쵸준의 좌우명은 수련을 통해 체득한 기술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수련의 참된 목적임을 일깨운다. 싸움을 피하고 평온한 삶을 지향하는 태도는 오키나와 정신의 핵심인 “누치 두 다카라(命どぅ宝, 목숨은 보물)” 사상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즉,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며, 불필요한 폭력은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가라테는 경기에서의 승리보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호신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모든 품새(型)가 반드시 막기 기술(受け技)로 시작하며, “가라테에 선제공격 없다(空手に先手なし)”는 철학이 강조된다. 미야기 쵸준의 좌우명은 이 정신의 완성된 형태다. 진정한 고수는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갈등을 회피하고 종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캰 쵸토쿠(喜屋武朝徳)는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져 평생 싸우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이는 가라테의 본질이 외형적인 승패가 아닌 내적 평화에 있음을 드러낸다.

“사람을 때리지도 않고 맞지도 않는다”는 목표는 단순한 기술 연마로는 달성할 수 없다. 이는 심술(心術), 곧 내적인 마음가짐의 수련이 필요하다. 후나코시 기친(船越義珍) 또한 기술보다 심술을 중시하며 겸손과 온화를 강조했다.

 

미야기 쵸준이 창시한 고류(剛柔流)는 이러한 정신적 수련을 중시한다. 고류의 도장훈 가운데 “섭생(摂生)을 중히 여긴다"는 말은 단순히 건강 관리뿐 아니라, 분쟁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자세까지 포함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자기 통제력이 필요하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행동을 멈추고, 행동이 시작되면 내적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오키나와 금언,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면 주먹을 거두고, 주먹이 나오면 때리고 싶은 생각을 거둔다”는 가르침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야기 쵸준의 좌우명은 오늘날 스포츠 가라테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현대 스포츠 가라테가 경기 결과와 메달 획득을 중시하는 반면, 전통 가라테는 인격 완성(人格完成)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수련자는 평생 기술과 지혜를 연마하며, 끝없는 탐구의 길인 평생수련을 뜻하는 궁도 무한(究道無限)을 걸어야 한다. 싸움을 무력화하는 평화주의적 지혜를 갖춘 무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전통 가라테가 제시하는 궁극적 경지다.

 

미야기 쵸준의 좌우명은 오키나와 가라테의 평화주의 철학을 압축한다. 이는 생명을 존중하고, 싸움을 피하며, 인격 완성을 목표로 삼는 무도의 본질을 드러낸다.

 

“다른 사람을 때리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맞지도 않는다”는 가르침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는 무도인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경지이자, 전통 가라테가 세계적인 평화의 무도로 남을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작성 2025.09.23 07:59 수정 2025.09.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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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