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가라테] 18. 무술·무도·스포츠 사이에서 정체성을 묻다

호신술의 뿌리에서 무도의 정신으로

스포츠화의 빛과 그림자

원점 회귀와 평화의 무(武)를 향한 길

K1PL Berlin 2018-09-16 Male Kataⓒ위키미디어 커먼스

 

오키나와 가라테는 오랜 역사 속에서 무술(武術), 무도(武道), 그리고 스포츠라는 세 가지 성격 사이에서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정립해왔다.

 

가라테는 원래 ‘손(手, 티)’이라 불리던 맨손 격투술로, 무기 소지가 금지되었던 류큐 왕국 시대에 호신술로 발전했다.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라 봉술, 사이, 톤파와 같은 무기술까지 포함하는 종합 무술로 성장했다. 그 정수는 품새(형)에 담겨 있으며, 품새(형)은 찌르기와 차기를 넘어 잡기, 던지기, 관절기까지 포함한 무술의 규범도였다.

 

오키나와 전통 가라테는*친쿠치(チンクチ)와 가마쿠(ガマク) 같은 신체 원리를 중시한다. 이는 단순 근력이 아닌, 나이가 들어서도 발휘할 수 있는 숙련된 힘(勤力)을 길러내는 훈련법이다. 달인들은 형 수련이야말로 가라테 본질을 이어가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근대 일본의 영향으로 가라테는 ‘공수도(空手道)’라는 이름을 얻고, 무도로 발전했다. 이토스 안코는 가라테를 학교 체육에 도입하며 인격 도야와 교육적 가치를 확립했다. 선구자들은 “가라테에 선제공격 없다”는 평화주의 사상을 강조했고, 후나코시 기친은 기술(技術)보다 심술(心術)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21세기 들어 가라테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며 스포츠 가라테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이는 대중화를 촉진했지만, 동시에 본질의 희석을 불러왔다. 경기 규칙은 기술을 제한했고, 심판의 눈에 잘 띄는 화려한 동작이 선호되면서 형이 변형됐다. 전통 달인들은 이를 "품새(형)의 붕괴"라고 비판하며, 겸손과 평화의 정신을 잃은 '무대화된 가라테'에 우려를 표했다.

 

이 위기 속에서 오키나와는 ‘가라테 원점 회귀’ 운동을 전개하며, 1997년 무형문화재 지정, 2017년 공수도 회관 건립 등을 통해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다. 달인들은 가라테를 평생 수련하는*궁도무한(究道無限)의 길로 보고, 싸움을 피하고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 평화의 무(武)로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키나와 가라테의 정체성은 무술의 기술적 깊이와 무도의 정신성을 아우르는 데 있다. 현대적 스포츠화의 흐름 속에서도, 이를 온전히 보존하고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가라테의 미래적 과제다.

 

작성 2025.09.25 08:51 수정 2025.09.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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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