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자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로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道)을 통찰해 제시한 도가를 창시한 인물로 오늘날까지 그의 가르침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그의 사상을 집약한 『老子』의 제12장을 보면, 본능적인 욕구의 문제에 대해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다섯 가지 색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음률이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다섯 가지 맛이 사람의 입맛을 버리게 한다.”라는 뜻으로 화려한 빛깔에 사람의 눈길이 쏠려 다른 사물을 보지 못하게 되고, 현란한 음악 소리에 심취한 나머지 다른 소리를 듣지 못 하게 하며, 자극적인 맛에 이끌리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지만, 이 본능적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구한다면, 누구나 눈이 멀게 되고, 귀가 먹게 되고, 입맛을 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본능적 욕구는 인간이며 누구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동물적인 본능은 충동적이어서 자신이 통제하지 않고 내버려두게 되면 몸이 망가져 건강을 해치게 되므로 사람은 생명체의 기본 전제인 몸을 건강하게 잘 보존하려면, 본능적인 욕구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은 배가 고프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양의 먹이를 먹고, 배가 부르면 먹이를 축적해 두는 일이 없지만, 사람은 동물과 달리 소유욕이 강해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재물이 아니라 필요 이상의 재물을 축적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은 먹이를 앞에 두고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해 힘으로써 다른 동물들의 접근을 막는다. 그러나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른 동물에게 먹을 것을 넘겨준다. 그러나 사람은 배가 고프거나 부르거나를 더 많은 재물을 축적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 때문에 사람 사이에 서로 갈등하고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이것이 바로 물질에 집착하는 과도한 소유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의 불평등 문제가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몇 해 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최초 천만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던 『기생충』이 바로 부의 불평등을 주제로 한 영화였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이 심해서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자들은 강한 소유욕으로 굶어 죽어가는 이웃을 보면서도 나 몰라라 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를 축적하여 영구히 축적하기 위해 동서양 부의 척도가 되는 값비싼 광물성 보석인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과 금, 은 등의 보석을 소유하기을 바란다.
이러한 보석들은 사람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재물이 아니고, 부를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사치나 과시용으로 소유하는 것인데, 그것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까지 의심이 갈 정도로 온갖 비리와 음모·술수가 동원된다. 그래서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간성마저 상실한 체 윤리도덕은 물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법 제도마저 부정하는 행위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부의 불평등은 사회의 연대감을 무너뜨리는 불평불만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 혼란과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버린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언제나 부는 권력의 상징으로 권력이 있으면 그 권력을 자기 혼자 독차지하고 함부로 타인을 지배하려다가 죽음을 면치 못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은 지나치게 욕망을 포기하고 살아간다.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고 살아간다. 취업난, 불안정한 아르바이트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의 증가 등으로 캥거루족이 되어 부모와 독립을 포기하고,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살아간다. 이런 청년층 세대를 가리키는 3포세대라고 한다.
3포세대의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고, 인간관계까지 포기해 5포 세대가 되었다. 그나마 5포 세대에다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면 7포 세대가 되는 등 모든 것을 다 포기해 버린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것은 소유욕을 실현할 수 없는 불욕의 세대로 기성세대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소유욕은 있지만, 재화를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먹거리 활동과 종족 보존을 위한 성행위는 정상적인 일이지만, 그마저 실현할 수 없어 포기한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소비문화를 자극하는 상품 광고는 소유욕을 매스컴에서는 선정적으로 충동질하고 있다.
인간으로 최소한의 존엄성을 갖추려는 본능적인 욕망의 행위들을 금욕주의로 억압해서는 안 된다. N포세대처럼 사람이 모든 욕망을 포기하면 인간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사람도 동물처럼 생존하기 위해 배가 고프면 배를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그런 나머지 자신만을 위해 지나친 소유욕으로 재화를 축적하는 데 혈안이 되면, 눈이 멀고, 귀가 먹어 버린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뛰어넘어 자기의 심리적 결핍까지 채우기 위해 끝없는 물질적 재산과 물리적 영역을 더 확장하려고 무리할 때 동물들보다 더 잔인하고 소모적이며 낭비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부의 축적으로 자기의 권력을 확장을 막는 사회적 규칙마저도 적이나 방해물로 간주하고 온갖 불법을 일삼고 사람의 목숨마저도 해치게 된다.
인간의 욕심은 동물처럼 단순하지 않고 아주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윤리 도덕적인 인격을 형성하지 못하면. 시기심, 질투심, 열등감, 공명심, 스트레스, 불만, 분노 등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다양한 욕구를 분출하게 된다.
노자는 이러한 인간의 욕심이 자기중심적 경향성으로 변질되어 어떻게 확대재생산 되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기(己)’의 자기중심적 경향성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와 쾌락을 욕구의 대상으로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그 욕구의 대상은 다양하고 많아질 수밖에 없다. 노자는 자기의 생존과 확장을 위해 남을 고려치 않는 자기중심적 경향성이 적절히 제어하지 않는다면, 온갖 유혹에 빠져 폭력성과 파괴성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이 현상을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문명의 물결로 치부하면 인위적인 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 흐름상 불가능하므로 노자는 인간의 욕심이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본능 실현하는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인격 수양을 권한 것이다.
자아와 기, 즉 自己는 그 욕구가 왜곡되거나 절제하지 못하면, 결국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이 맹목성을 띠게 된다. 그 맹목적인 본능적인 욕구는 결국 자신과 사회 모두에게 끔찍한 상처를 남기게 된다. 자기와 욕심의 굴레에 갇힌 자기중심적 경향성이 지나친 사람은 어떤 법과 제도 속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불나방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자기중심적 경향성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인간 개체의 욕구를 모조리 없애버리거나 개체가 스스로 죽도록 내버려 두거나 개체를 죽일 수는 없다. 이것이 ‘己’의 이중성이다.
노자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욕심을 채우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각박해진 오늘 상황에서 사회적 통념과 체제를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나친 욕심을 제어하고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내 가족과 같이 돌볼 때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다는 노자의 수양법을 실천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나가시기를 바란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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