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박완서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가 주는 소시민의 아픔

민병식

이 작품은 주인공인 화자와 등장인물 설희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바뀔 수 없는 타고난 삶의 조건 들이 주는 시련과 고통을 표현하는데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오래된 병폐와 소시민들에게 준 억압을 비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와 공정과 상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은 가난한 말단 공무원의 아내로 친정집에서 얹혀살고 있다. 어느 날 딸이 다니는 학교 자모회에 참석하러 가다가 이웃집 설희 엄마와 만나게 된다. 설희 엄마는 가난한 화가의 아내이며, 딸 설희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희 엄마는 딸을 보통학교에 보내고 소풍도 따라가는 등 설희를 보통 아이처럼 키우려고 노력한다. 

 

자모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과 설희 엄마는 친해져서 그녀의 가정형편과 소망에 대해 알게 된다. 설희 엄마는 설희를 미국으로 데려가 장애를 고치고 싶어 하는데 형편이 어려워 대신 설희 아빠가 미국으로 돈을 벌러 가게 되고 그 무렵 주인공에게 문제가 생긴다. 이유는 한국 전쟁 때 의용군에 끌려갔다 돌아오지 않은 오빠 때문이었다. ‘나’와 식구들은 정보기관으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어느 날, 모 정보기관에 연행된다. 그들은 남파 간첩으로 올 것이고 만약 오빠를 만나게 되면 신고하라고 한다. 남편은 그 일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고 남편은 간첩 처남 때문에 승진도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려 화자는 이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가을, 설희 아빠가 미국에 가서 보험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설희네는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설희네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틀니로 인해 고통을 느낀다. 집에 돌아와 틀니를 빼지만 그래도 통증이 있는데 결국 그 통증은 이 나라와 이 나라의 풍토가 주는 온갖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설희 엄마가 부러워서 그녀에 대한 선망과 질투로 그렇게도 몹시 아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모든 문제는 가난의 문제이고 힘이 없는 소시민이라는 사회적 위치의 불리함에서 기인한 문제다. 가난한 사람이 계층 상승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주인공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삶의 조건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틀니를 끼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에서 틀니는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설희 엄마의 가난과 장애아이, 주인공 남편의 승진 누락, 그로 인한 부부의 갈등, 남동생의 의용군 징집, 정보기관의 추적과 조사, 그리고 두 집안의 가난 등 삶의 고통은 틀니로 형상화되어 옥죄이고 그 고통은 틀니를 빼냈음에도 계속되는 것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복지의 조건이 향상된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현재의 우리나라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 우리의 틀니는 고통이 없을까. 부와 명예, 지위의 대물림으로 인해 소시민들의 불이익 받는 것은 없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집 한 칸 장만이 어려운 세상에서 태어난 환경, 조건을 탓하며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기회의 공정, 노력의 성과, 어렵게 사는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 어렵겠지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묻고 있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10.08 10:20 수정 2025.10.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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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