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영의 삶과 시 사이] 날이 저무네

이장영

 

날이 저무네

 

 

온 동네를 

대낮같이 환히 밝히고

한가위 손님들을

반기던 보름달이

구름 속에 어스름한

반달이 되어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밀어내며

뒤늦게 찾아온

딸내미를 배웅하네

 

손들이 돌아가니

발걸음이 허전한데

길가에는 코스모스

꽃잎이 흩날리고

길섶을 장악하던

잡풀들도 넝쿨들도

고개를 숙이고

한옆으로 물러서네

 

대문을 들어서며

하늘을 바라보니

형제자매 조카들

왁자지껄 웃음소리

귀여운 손주 녀석

팔 벌리며 달려들고

어머니는 돌아보며

환하게 웃으시네

 

안마당 소나무는

귀뚜라미 소리 따라

바람에 흔들리며

별들을 헤아리는데

귓가에는 집안에

창문 여닫는 소리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하는 소리

나도 얼른 들어가

함께 거들어야지

손님들을 치르느라

수고하신 마누라의 

어깨라도 시원하게

주물러 드려야지

 

 

[이장영]

시인

칼럼니스트

일어통역사

부동산개발 대표

 

작성 2025.10.10 08:07 수정 2025.10.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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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