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칼럼] 결핍

제7회 코스미안상 금상

[정성수 당선소감]

 

제7회 코스미안상 인문 칼럼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되어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칼럼은 시사성이 있는 문제나 사회적 관심거리 등을 다룬 글에 필자의 생각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글이라는 점에서 이 상은 저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저는 칼럼을 단순한 주장이나 비판의 글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독자와 대화이자 공감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진심’이었습니다. 칼럼에도 삶의 온도와 사유의 깊이가 스며들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참가하면서 깨달은 것은, 글 한 줄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세상에는 거창한 논리보다 작은 울림이 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이 있습니다. 칼럼은 바로 그런 울림을 만들어내는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칼럼] 결핍

 

결핍은 단순히 물질적인 부족이나 경제적인 궁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 영역을 넘어 정신적,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영역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결핍의 공간’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이 공간은 사랑, 인정, 소속감, 자유, 건강, 안전, 지식, 의미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동시에며 욕망의 뿌리가 된다.

 

그것은 인간의 유한성을 드러내는 표식이기도 하다. 인간은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삶은 고통과 상실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한계를 인지할 때, 우리는 결핍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 충분한 애정과 심리적 안정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 애정 결핍이나 관계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내적 공허함, 삶의 무의미함이라는 정신적 결핍을 호소하는 현대인들도 많다. 이는 결핍이 눈에 보이는 외형적 부족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신과 영혼의 영역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것은 삶에서 발생하는 불운, 가난, 질병, 상실 등과 결합하여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오랜 병마와 싸우는 환자가 자신의 건강이라는 근원적 결핍을 마주하면서도, 병실 침대에서 읽는 한 권의 책, 창문으로 스미는 한 줄기 햇살, 친구와의 짧은 대화에서 삶의 의미와 감사함을 발견하는 예는, 결핍이 반드시 절망이 아니라, 성찰과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늘의 사회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예를 들면 쓰레기장에는 유행이 지나 버려진 멀쩡한 옷들이 버려져 있고, 마트에는 먹거리가 산처럼 쌓여 주인을 기다린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역시 망가져서가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 때문에 교체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역설적인 외형적 풍요 속에서, 인간은 더욱 허전하고 결핍을 심하게 경험한다. 이는 현대 사회가 물질적 결핍은 줄였을지언정, 정신적, 관계적, 존재론적 결핍을 해소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소비 사회는 사람들에게‘당신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니, 이것을 사야만 충만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입하여, 욕망의 빈자리를 계속 만들어간다. 이런 내적 허전함,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간은 바라볼수록 더 깊어진다, 이런 현상은 때로 분노, 원망, 우울, 슬픔, 심지어 극단적인 사회적 일탈로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은 물질적 대상을 통해 결핍을 채우려 노력하지만, 욕심과 부재가 공존하는 한 진정한 만족에 이를 수 없다.

 

경제적 풍요를 이룬 사람이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인정, 더 완벽한 외모 등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좇는 현상은, 결핍이 단순한 부족'이 아니라,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대 사회의 결핍은 과도한 경쟁과 소외에서 비롯된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여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인정 결핍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표면적인 연결은 늘어났지만, 진정 깊고 의미 있는 관계의 결핍은 오히려 약화되어 많은 현대인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호소한다. 이러한 사회 구조와 문화 환경은 개개인의 내적 결핍을 더욱 깊고 복잡하게 만든다. 지나친 결핍은 인간의 사고 폭을 좁히고, 자기 조절 능력을 잃어 대인관계와 사회적 행동에 왜곡을 초래한다.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예술가, 과학자, 사상가들은 결핍 속에서 역설적으로 창의성과 깊은 통찰을 꽃피웠다. 결핍이 없었다면, 인간은 발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정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핍을 메우기 위한 맹목적 탐욕이 아닌, 성찰과 창조를 위한 욕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욕망의 근원을 탐색하여, 삶의 우선순위를 정립하게 된다. 또한, 개인적 결핍은 심리적, 정서적, 또는 경제적 결핍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결핍은 사회 구조와 제도의 불평등, 차별, 자원 분배의 불균형 등에서 비롯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 계층 간의 양극화, 사회적 이동성의 제한 등은 사회 구성원들의 물질적, 기회주의적 결핍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부 계층의 아이들이 경제적 이유나 지역적 한계로 인해 충분한 교육 자원을 받지 못해 생긴 결핍은 성인이 되어서도 세대 간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결핍이다. 의료 접근성의 결핍이나 주거 환경의 불안정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회적 결핍은 공동체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분노를 유발하며, 상호 간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이 결핍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시스템적 문제이므로, 정부와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 개선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눈에 보이는 화려한 외형과 크고 자극적인 소리가 큰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러한 외부적 요소들은 시각과 청각을 채우지만, 진정한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삶의 진정한 의미와 만족, 그리고 결핍을 메우는 채움은 오히려 작고 섬세한 경험 속에서 발견된다.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순간의 따스함, 친한 친구의 따뜻한 미소, 이웃과 짧은 대화, 작은 봉사 활동에서 느끼는 보람 등 소소한 일상의 경험 속에서 마음의 채움은 이루어진다. 

 

이는 결핍이 단순히 약점으로만 작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오히려 삶을 성찰하고 감사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결핍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면의 거울 역할을 한다. 부족함을 인식하는 순간, 욕망의 근원을 탐색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여,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된다.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결핍은 성질상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숙명과 같다. 따라서 결핍을 무조건적 극복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삶과 동행하는 반려로 여기는 태도이다. 그것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은 성취와 발견에서 기쁨을 찾는 능력이 바로 지혜의 핵심이다. 목표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경험 자체에서 오는 기쁨과 감사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핍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부족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작은 전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태도는, 결핍을 허전함이나 부족이 아니라 성장, 성찰, 지혜의 원천으로 전환시키는 한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인식하는 것은 타인의 결핍과 고통에 공감하는 연민을 확대하는 기초가 된다. 모든 인간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원적인 결핍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연대 의식을 느끼고, 사회적 결핍을 해소하려는 공동의 노력에 참여하게 된다.

 

결핍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 건강한 사람이나 병약한 사람 할 것 없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의 필수 요소이다. 인간은 결핍을 통해 아쉬움과 부족함을 경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성찰하며 지혜를 쌓아간다. 그러므로 영혼의 눈을 뜨게 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며, 인간 존재를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결핍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곧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된다. 하나의 성취와 하나의 발견이 모여 삶의 의미와 가치로 확장되며, 이것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 원동력은 우리가 더 깊이 사고하고,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드는 동시에 복잡다단한 사회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삶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결국, 결핍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하고, 오늘을 감사와 기쁨으로 채우며, 내일을 희망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삶의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결핍을 외면하기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야말로, 인간이 결핍을 넘어 삶의 충만함과 자유를 얻는 길이다. 결핍 속에서 작은 의미와 기쁨을 발견할 때, 인간은 비로소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혜를 체득하며, 타인과 세계를 향한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결핍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한다. 결국, 결핍은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동반자이자, 인간 존재를 성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작성 2025.10.14 09:59 수정 2025.10.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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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