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선소감]
코스미안상 은상을 받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한동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일상 속의 작고 조용한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일을 하면서도 글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전해지면 좋겠다’라는
그 소망 하나로 응모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제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신 분들이 계셨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고,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창작의 길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을 내디뎌도 모래는 끊임없이 흘러 형태를 바꾸고, 아무리 단단히 쌓은 탑도 바람 한 줄기에 흔들립니다. 그러기에 그 길엔 정답이 없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길잡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창작은 자유롭지만, 때로는 외롭습니다.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예술가나 문학가의 오래된 숙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문학 창작은 언제나 경이롭습니다. 아주 사소한 문제일 것 같지만, 쓰다 보면 의도와 다른 뉘앙스가 떠오르고 그 내면의 울림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그 순간만큼은 희열이 존재합니다.
바로 그 순간이 있기에, 저는 다시 글을 쓰고,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 상은 제게 큰 격려이자 다짐입니다. 제 글을 선택해 주신 심사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제 안의 사막을 건너며 또 하나의 빛을 찾아 나가겠습니다.
[칼럼] 따뜻한 언어가 깨우는 잠든 99%
“뇌는 우리가 말하는 언어를 기억하고 그대로 따라 하려는 성향이 보인다.”
이 짧은 문장 속에는 삶을 바꾸는 강력한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뇌라는 정교한 회로에 새겨지는 ‘명령어’이자, 스스로에게 건네는 ‘주문’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언어 습관이 뇌의 구조와 기능, 더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합니다.
흔히 인간은 뇌의 1%만 사용하고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99%는 잠재력으로 남지만, 그 공간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에 따라 인생의 풍경은 전혀 달라집니다. “넌 안 돼”, “이게 최선이야.”, “다 소용없어” 같은 부정적 언어를 반복적으로 주입한다면, 뇌는 그것을 그대로 믿고 그 한계 안에서 움직입니다.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할 수 있어”, “한 번 더 시도해 보자”,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같은 언어를 선택하면, 뇌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확장하는 회로를 활성화합니다.
뇌과학 연구자들은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신경회로의 구조 자체를 바꾼다고 말합니다. 긍정적 언어는 전두엽을 활성화해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부정적 언어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사고와 감정을 제한 한다고 합니다. 결국, 한마디 말이 삶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는 종종 거친 말과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직장 회의실, 가정 식탁, 학교 운동장, 길거리에서 들리는 부정적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타인과 자신에게 상처를 남기는 행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언어는 스트레스 반응을 촉발하고, 주의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리며, 반복되면 공격적·거친 사고 패턴으로 뇌 회로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인간관계와 자기감정 관리에 장기적 부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저 역시 20대 시절, 깊이 생각하지 않고 욕설과 거친 표현을 쉽게 내뱉던 때가 있었습니다. 순간의 카타르시스로 마음이 풀리는 듯했지만, 그 말들이 남긴 상처와 뇌 회로의 변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거친 언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내 뇌와 감정, 인간관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무형의 폭력이었습니다.
30대에 접어들며 깨달았습니다. 거친 언어는 결국 나 자신을 가난하게 만들고, 관계를 병들게 하며, 뇌의 잠재력을 가두는 감옥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저는 '언어 혁명'을 시작했습니다. 의식적으로 거친 말과 비속어를 멀리하고, 대신 따뜻한 말을 선택했습니다. 사랑, 존중, 이해, 배려라는 가치를 담은 언어를 매일 갈고닦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났어?” 대신 “지금 어떤 기분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라고 묻고, “안 되겠다.” 대신 “다른 방법 없을까? 함께 생각해 볼까?”라고 제안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표현의 변화가 아니라 긍정적이고 배려하는 언어로 전두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며, 심신 치유에도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가정, 학교, 직장, 미디어, 정치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의 한마디는 아이의 인생관을 바꾸고, 교사의 격려와 비판은 학습 능력과 자기효능감에 영향을 줍니다. 정치적 담론과 미디어의 언어는 공동체 신뢰와 시민 의식을 형성합니다. 언어는 사회적 잠재력을 깨우거나 제한하는 도구이며, 이를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언어 혁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매일의 작은 선택이 뇌 회로를 재구성하고 삶을 바꿉니다. 오늘도 내 입과 마음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기를 담겠다고. 거친 말 대신 따뜻한 언어를 선택하고, 작은 격려와 배려를 실천하며, 긍정과 신뢰의 씨앗을 뿌리는 일은 잠든 99%의 뇌를 깨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가끔 받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당신 말과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한마디가 주는 감동과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뇌에 새긴 새로운 언어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진정성으로 스며 나왔다는 증거입니다. 따뜻한 언어는 상대의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으며, 관계에 숨통을 트이게 합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주변에 미세하지만, 확실한 빛을 비추는 힘을 갖습니다.
말의 힘은 뇌와 개인의 삶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 사회가 사용하는 언어의 성향은 그 사회의 문화와 건강,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공격적이고 비난적인 언어가 난무하는 사회는 갈등과 불신을 양산하고, 신뢰와 연대가 부족해집니다. 반대로 격려와 존중, 배려가 일상화된 언어는 협력과 창의, 공동체 회복력을 높입니다. 언어가 사회적 DNA를 구성하는 셈입니다.
언어 혁명은 나와 타인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여정입니다. 거친 표현에서 벗어나 따뜻한 언어를 선택할 때, 우리는 뇌의 잠재력을 깨우고 인간관계를 회복하며,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회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말이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창임을 깨닫습니다.
노력에는 끝이 없습니다. 오늘 내뱉는 말 한마디가 나와 타인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뇌는 우리가 주입하는 언어대로 미래를 설계합니다. 당신의 뇌가 오늘 기억할 말은 무엇인가요? 그 말이 당신과 세상을 더 따뜻하고 넓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내 삶을 설계하는 명령어이며, 관계를 만드는 씨앗입니다. 매일 내뱉는 단어와 문장은 뇌의 회로를 재편하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며, 궁극적으로 삶을 변화시킵니다. 거친 말은 사람과 뇌를 갇히게 하지만, 따뜻한 언어는 잠든 99%의 가능성을 깨우고, 관계와 사회를 회복하며, 자신과 타인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오늘, 당신의 첫 말은 무엇입니까? 그 말이 나와 타인의 뇌에 새로운 회로를 새기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