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외할머니 손칼국수

민은숙

 

외할머니 손칼국수

 

 

무거운 노동에 낙하하는 소금기 묻은 중력

 

때 잊은 쓰디쓴 밥벌이 한약에도

우렁차게 소리 내며 실속만 차리는 뱃속

그럴 때면 떠오르는 할머니 말씀

“끼니 거르지 마라”

가려운 칼등 긁어 주면 사포 같지만 

시원하고 따듯했던 손

 

밀가루 힘껏 치대고 홍두깨가 둘둘 말아 

어루만져 주면 점점 커지는 할머니 사랑

 

피 같은 사랑 차곡차곡 접어 모아

잘게 썰어 흔들어주면 나타나는 긴 면발에

바삭한 걸 기억해 낸 입맛 다시며 

동그라미 그리는 빨간 세모

 

하얀 연기가 피어나는 진한 할머니 사랑 

가득 담은 한 그릇에 

시장기가 몰려오는 커지는 눈동자

두 젓가락에 꼭 사로잡힌 할머니 

사랑 스민 면발 한 움큼에

저만치 마중 나온 성급한 빨간 세모

 

후루룩 후루룩

장대비가 입술 사정없이 때리자마자

순식간에 어두운 기도 속으로 감춰 버리는 

고된 한나절

 

우물 같은 연륜으로 우려낸 뜨거운 사랑으로

입술 문밖에 새어나가는 시름과 설움

코밑으로 배어나는 희망이 방울지면

내일의 태양은 가슴에서 피어난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10.22 02:20 수정 2025.10.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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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