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교회 문을 넘을 수 없다면, 복음도 넘을 수 없다: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

-예배의 자격

-‘완벽한 교회’보다 '끊임없이 낮아지는 교회’.

-교회가 추구해야 할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정신.

*AI 이미지(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저 문을 넘을 수 없다면, 복음도 넘을 수 없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오랜 시간 교회 안에서 쌓아온 모든 경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단단히 세운 성벽이 아닌 줄 알았던 작은 턱이, 누군가에겐 거대한 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나서 귀국 후 지난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국내 이주민들을 위해 살아 왔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 교회 현장을 찾아가 실제로 몸으로 예배의 경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입구의 계단 하나, 예배당 안 의자의 배열, 좁은 화장실 문 너머에 있는 차가운 무관심은, 물리적 불편을 넘어 존재의 소외를 느끼게 했다. ​어느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성도가 이런 말을 했다. “예배는 늘 듣는 것이지,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자주 '누구나 올 수 있는 교회'를 말한다. 그러나, 정작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예배'를 위한 구조적, 심리적 문턱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침묵해 왔다.

 

예배의 자격은 어디에 있는가?

 

​신학적으로 우리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동등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공간은 그 말을 증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장애인, 노인, 아이, 외국인, 정신적 약자, 혹은 단지 오늘 너무 지친 사람까지… 이들이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예배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는, 곧 교회의 복음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닿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한 교회는 강단의 작은 턱 하나를 해결하는 데 1,500만 원의 리프트 예산을 검토하다, 결국 25만 원짜리 조립식 경사로를 만들었다. 큰 감동을 준 건, 그 구조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자 했던 시선과 결단이었다.

 

​진정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는 건축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말 그대로, ‘장애물 없는’, 또는 ‘장벽을 제거한’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몸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불편 없이 이동하고,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건축·환경·제도·문화 등의 장애물(Barrier)을 제거하자는 운동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그것은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없는가'를 묻는 영적인 감수성에서 시작된다. 예배가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리는 더 이상 턱을 남겨둘 수 없다. 예배의 문턱을 허무는 일은 단지 휠체어를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예배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진실한 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신앙의 실천이다.

 

우리는 ‘완벽한 교회’를 꿈꾸기보다, ‘끊임없이 낮아지는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낮아짐은 단지 공간의 형태가 아니라, 공동체의 태도이며, 신앙의 깊이이다. 누구라도 하나님 앞에 ‘함께’ 설 수 있어야 한다. 찬양단에 올라 서서 찬양할 수 없어도, 예배당 한 모퉁이에서 혼자 눈물 흘리는 것조차도 그 무엇보다 깊은 예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눈물조차도 흐르지 못하게 막는 구조와 시선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허물어야 할 '문턱'이다.

 

교회는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공간과 구조, 프로그램과 문화, 그 모든 틀 속에서 ‘누가 빠져 있는가’를 묻는 사람만이, 예배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그 물음이 우리 공동체를 더욱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세울 것이다.

 

우리 교회는 누군가를 위해 지붕을 뜯은 적이 있는가?

 

지금도 누군가는, 그 지붕 아래조차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우리는 누구를 위해 예배 문턱을 허물고 있는가?

 

 

작성 2025.10.24 20:05 수정 2025.10.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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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