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책임의 시대, ‘누가 잘못했는가’에서 ‘누가 책임지는가’로

인간의 그림자 아래 탄생한 인공지능,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AI 책임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

 

 

인간의 그림자 아래 탄생한 인공지능,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AI는 실수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따라 배울 뿐이다.”
이 한 문장은 오늘날 인공지능 책임 논의의 핵심을 꿰뚫는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거나, 추천 알고리즘이 혐오 콘텐츠를 확산시킬 때, 우리는 곧장 질문한다. “누가 잘못했는가?” 그러나 점점 더 많은 학자와 윤리전문가들은 이 질문이 틀렸다고 말한다. 올바른 질문은 “누가 책임지는가”이다.

AI는 ‘도구’이자 ‘행위자’의 경계에 선 존재다. AI가 법적 주체가 아닌 이상, 법적 책임은 인간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알고리즘을 설계한 개발자, 이를 활용한 기업, 그리고 무심코 기술을 사용하는 사용자까지 — 모두가 영향의 사슬 속에 묶여 있다.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개인의 책임을 묻는 기존의 법과 윤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법은 따라가지 못하고,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AI의 발전 속도는 법과 제도의 속도를 비웃듯 질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2024년 ‘AI 법(AI Act)’을 통과시키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투명성과 안전성 검증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기술은 여전히 법의 언어를 초월한다. 생성형 AI는 법률이 정한 위험 범주를 뛰어넘어, 콘텐츠 생성, 인간 대화, 창작의 영역으로 침투했다.

한국에서도 ‘AI 기본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법률의 초점은 대부분 ‘육성’에 맞춰져 있다. 책임의 문제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법적 규제보다 산업 육성을 우선시한 결과, AI의 윤리적 통제는 기업의 ‘자율 규제’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자율 규제는 ‘선의’에 기대는 체계다. 기술의 상업적 압박이 강해질수록, 기업은 ‘빠른 출시’와 ‘수익 확보’를 위해 윤리적 고려를 후순위로 밀어내기 쉽다.

 

 

알고리즘의 윤리: 개발자, 기업, 사용자 사이의 회색지대

AI 책임의 논의는 결국 “책임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AI 모델은 인간이 설계하고, 인간이 데이터를 제공하며,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영역에서 작동한다. 예컨대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클릭 패턴을 학습하지만, 동시에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때 사용자는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행동의 산물’이 된다.

그렇다면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첫째, 개발자는 알고리즘의 구조적 편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데이터셋이 특정 인종, 성별, 문화에 편향돼 있다면 그 결과도 왜곡된다.
둘째, 기업은 시스템적 책임을 져야 한다. 알고리즘이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검증 없이 상용화했다면,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다.
셋째, 사용자도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성형 AI의 ‘출처 없는 이미지’나 ‘허위 정보’는 사용자의 무분별한 소비와 공유를 통해 확산된다.

AI의 책임은 한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네트워크적 책임’의 문제다. 사회 전체가 기술의 결과를 공유하는 만큼, 책임도 분산되어야 한다.

 

 

‘AI 책임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

이제 우리는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책임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AI는 더 이상 실험실 안의 기술이 아니다. 법원 판결문을 요약하고, 채용 면접을 돕고, 예술을 창작하며, 심지어 정치 캠페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시대에 ‘책임 없는 기술’은 곧 ‘위험한 기술’이다.

따라서 사회는 AI 책임 거버넌스(AI Responsibility Governance)라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첫째, 법적 책임 체계의 다층화가 필요하다. 개발자·기업·사용자 각각의 책임을 구체화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분담 구조를 명시해야 한다.

둘째, 투명성 확보가 필수다. AI가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어떤 원리로 결정을 내리는지 공개해야 한다.

셋째, 감독기구의 독립성이 요구된다. 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기관이 AI의 윤리적 판단을 검증해야 한다.

AI 책임의 시대는 결국 신뢰의 재구성이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 사회 안에서 작동하기 위해선, 그 기술이 인간의 도덕과 법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맞이한 AI 시대는 “능력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의 시대”다.
AI는 인간을 대신해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그 결정의 결과를 감당하는 건 여전히 인간이다. “누가 잘못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구시대적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책임질 것인가”이다.

AI는 거울이다. 그 안에는 인간의 지혜와 무지, 도덕과 욕망이 함께 비친다. 기술이 인간을 닮아갈수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작성 2025.10.26 06:08 수정 2025.10.2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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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