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경제는 단순한 복지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돌봄은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고용 창출과 사회적 안정, 그리고 기술 혁신을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본 기사는 돌봄경제의 개념 변화, 산업적 가치, 기술 융합의 가능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돌봄은 더 이상 복지가 아니다.”
이 문장은 최근 경제·사회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1인 가구 확산 등 사회 구조가 급변하면서 돌봄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간주되던 돌봄이 이제는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경제적 투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OECD에 따르면 돌봄경제는 이미 선진국 GDP의 평균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2030년까지 100만 개의 돌봄 관련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전략이 되었고, 복지정책의 보조적 영역에서 미래 성장산업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돌봄의 개념이 경제를 바꾸다 – ‘복지’에서 ‘성장’으로의 전환
돌봄경제(care economy)는 노인, 아동, 장애인, 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하는 활동을 사회적 자원과 연결해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돌봄이 ‘복지비용’으로만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경제학적 접근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화로 인해 요양, 방문간호, 돌봄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민간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관련 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돌봄은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돌봄 일자리, 사라지는 노동이 아닌 미래 산업의 핵심 축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전통적 일자리가 감소하는 시대에, 돌봄 노동은 오히려 인간 중심의 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돌봄 서비스는 감정적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에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다. ILO(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돌봄산업은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간병, 요양, 돌봄 교육,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과 여성 중심의 고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돌봄=저임금 노동’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돌봄경제는 의료, 교육, 주거, 지역사회 서비스 등과 연계되어 복합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술과 사람의 조화 – 디지털 돌봄경제의 가능성과 한계
최근 주목받는 개념은 ‘디지털 돌봄(Digital Care)’이다. AI 스피커, 스마트워치, 원격의료 플랫폼 등 기술은 고령자와 환자의 돌봄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인공지능 기반 케어 로봇을 통해 요양시설 인력 부담을 줄이고 있으며, 핀란드는 데이터 기반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역시 스마트 돌봄 플랫폼 ‘케어안심맵’, 고독사 방지 AI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돌봄경제의 본질은 ‘사람을 위한 사람의 서비스’이며, 기술은 보조적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디지털 돌봄의 확산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술+인간 중심’의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돌봄경제를 위한 정책과 사회적 합의
돌봄경제가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임금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역 단위의 돌봄 공동체를 활성화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돌봄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돌봄에 대한 투자야말로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경제 전략이 될 것이다.

돌봄경제는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돌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 해법이자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접근이다. 경제성장, 고용확대, 사회통합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돌봄경제의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와 사회가 그 가치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구체적 정책으로 실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