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는 같은 고기라도 어떤 불에 굽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 특히 숯불에 구운 스테이크가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숯불은 약 600~700도까지 달아오르며, 이 높은 온도에서 고기 표면에서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활발히 일어난다. 이 반응은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해 갈색 빛과 함께 고소하고 복합적인 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스테이크 특유의 풍미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숯불의 또 다른 특징은 적외선 복사열이다. 프라이팬이나 가스 화구가 주로 고기 표면에만 직접 열을 전달하는 ‘전도열’을 이용하는 반면, 숯불은 적외선을 통해 고기 속까지 고르게 열을 전달한다. 그 결과 겉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하게 익는, 일명 ‘겉바속촉’의 완벽한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숯이 탈 때 생기는 은은한 연기 향이 더해진다. 숯불 연기에는 다양한 방향성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물질들이 고기 표면에 스며들며 전기나 가스 불로는 낼 수 없는 고유의 훈제 향을 만들어낸다. 이 향이 코를 자극하면서 미각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게 한다.
또한 강한 복사열 덕분에 고기 표면이 빠르게 구워지면서 얇은 단단한 껍질이 형성되고, 그 안에 육즙이 가두어진다. 이 때문에 숯불에 구운 스테이크는 속살이 마르지 않고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유지한다.
결국 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웠을 때 맛이 깊고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만들어내는 구운 향과 색, 적외선 복사열이 주는 균일한 익힘, 숯불 연기가 더하는 훈제 향, 그리고 육즙을 지켜주는 빠른 표면 굽기가 어우러져, 그 어떤 조리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진한 풍미를 완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