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면서 Z세대 구직자들이 바라보는 ‘스펙’의 기준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학 성적, 봉사활동, 자격증이 취업 준비의 필수 항목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직무 관련 실무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취업 플랫폼 A사가 2025년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Z세대 취준생의 68%가 ‘직무 경험’을 핵심 스펙으로 꼽았으며, ‘봉사활동’을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이는 과거 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흐름으로,‘실무형 스펙’이 새 기준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Z세대는 대학 재학 중부터 인턴십, 산학협력 프로젝트, 스타트업 근무 경험 등 현장 중심의 커리어 패스를 선호한다. 단순히 스펙을 채우기보다, 실제 업무 환경에서 ‘직무 적합성’과 ‘조직 문화 이해력’을 쌓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 방향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진화 중이다.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기존의 서류 중심 평가를 줄이고, 문제 해결력과 직무 수행 역량을 검증하는 ‘직무역량 기반 면접’을 확대하고 있다. HR 업계에서는 “채용 시장의 중심축이 자격증에서 실무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Z세대 지원자들은 단순히 회사를 ‘들어가는 곳’으로 보지 않는다”며 “조직의 가치관, 일하는 방식, 커리어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따진 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형식적 이력서보다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강점을 어필하는 세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험의 질’을 중시하는 Z세대의 세대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사회적 이미지보다 자기 성장과 경력 설계를 우선하는 태도가 강하다. 실제로 MZ세대 구직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도 ‘직무 실습 경험이 취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대학 교육과 기업 채용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대학들은 이미 실무 중심 교과목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실질적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직무 중심 채용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택호 교수(수원대학교 경영학전공)는 이에 대해 “Z세대는 실무 경험을 통해 자신이 실제로 어떤 업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이제는 학점이나 어학 점수보다 ‘직무 수행 경험’이 진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기업들도 더 이상 스펙의 양이 아닌 ‘경험의 질’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인사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Z세대에게 ‘스펙’이란 더 이상 종이 위의 숫자가 아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부딪히며 쌓은 실무 경험이 새로운 ‘취업 통화(currency)’가 되고 있다. 이들의 경험 중심적 사고방식이 채용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직무 경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Z세대는 더 이상 형식적인 스펙보다 직무 경험 중심의 실질적 경쟁력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대학은 실무 중심의 프로그램과 채용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인재의 ‘질적 성장’을 촉진하고, 산업 현장과 교육의 연결성을 높여 지속 가능한 취업 생태계를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