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출산율 0.7명. 한 세대가 지날 동안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극심한 저출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가정의 따뜻함 속에서 영아보육의 가치를 지켜온 ‘가정어린이집’.
이곳에서 2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이희선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서울이사는 “영아전문기관 지정이 저출산 극복의 첫걸음”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1층 베란다 창문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0~2세 영아를 전문으로 돌보는 ‘가정어린이집’.
이희선 서울이사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 맞이했다.

사진=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50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이제는 ‘출산’보다 ‘양육 환경’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위기감과 단호함이 함께 묻어 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연간 100만 명을 넘던 출생아 수는 2024년 현재 25만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이사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0~2세 시기는 생애 전체를 좌우하는 시기”라며 말을 이었다.
“영아의 뇌는 생후 1년 만에 성인의 70% 가까이 성장합니다. 이때의 애착과 돌봄 경험이 아이의 정서 안정, 사회성, 학습능력까지 연결되지요. 가정어린이집은 바로 그 ‘첫 환경’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희선 이사는 가정어린이집의 가장 큰 강점을 ‘가정과의 거리감이 없는 보육’으로 꼽았다.
부모들이 직접 찾아오고, 아이의 하루를 함께 나누는 소통 구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형성된다.

사진=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2024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돌봄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아를 기관에 맡기겠다는 응답이 85%를 넘었다.
그중 ‘가정어린이집을 이용하겠다’는 답변은 87.5%에 달했다. 부모들이 선택한 이유는 집과의 거리(32.8%), 주변 평판(12.2%), 프로그램(11.7%) 순이었다.
이 이사는 “이 수치가 바로 부모들이 느끼는 ‘신뢰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늘 아이들과 함께 시작된다. 작은 손을 잡고 걷고, 식사를 함께하며, 아이의 표정을 세심히 살핀다.
“영아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요. 표정과 눈빛, 몸짓으로 이야기하죠. 교사는 그 신호를 읽어내는 전문가여야 합니다.”
그는 ‘보육교사는 단순한 돌봄 제공자가 아니라, 생애 초기 발달의 조력자’라고 덧붙였다.

사진=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정어린이집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행정적 지원에서 소외돼왔다.
이희선 이사는 “가정어린이집이 ‘영아전문기관’으로 제도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0~2세는 단순히 어린 연령대가 아닙니다. 발달 단계 자체가 다르고, 이에 맞는 보육 환경과 교사 교육이 필요합니다. 영아전문기관 지정은 이러한 특수성을 정책적으로 인정하는 일입니다.”
그는 가정어린이집이 “단지 아이를 돌보는 공간이 아니라 부모가 둘째, 셋째를 낳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첫째를 맡기며 신뢰를 얻고, 그 경험이 다시 출산으로 이어집니다. 가정어린이집이 바로 그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끝에서 그는 다시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초저출산 시대, 작은 보육기관 하나가 한 가정의 삶을 바꾸고, 결국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꾼다고 믿습니다.”
전문가들은 ‘영아전문기관 지정’이 보육 품질 향상과 출산율 회복을 위한 구조적 대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희선 이사의 말처럼, 아이의 첫 울음이 다시 울려 퍼지기 위해서는 그 울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가정 같은 보육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