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무상 수리요?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고가의 가구도 일정 기간의 보증 기간이 지나면 유상 수리를 받기 일쑤인데, 평생 무료 서비스라니. 하지만 경남 고성군 대가면에 자리한 '치유목공 놀이터'의 박치갑 장인은 이 놀라운 약속을 당당하게 지키고 있다. 그의 공방은 단순한 목공품 제작소를 넘어선다. 이곳은 은퇴 후 취미로 시작한 일이 '삶의 소명'으로 바뀌고, 나무에 새겨진 정성이 고객의 삶을 치유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나무를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퇴직 후 시작한 목공은 저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주었죠."
박치갑 장인은 2019년,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골프채나 낚싯대가 아닌, 거칠지만 따뜻한 나무토막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소일거리였다. 도마 하나, 작은 스툴 하나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무를 깎고 다듬는 행위가 그의 마음속 깊이 쌓여있던 공허함을 채워주기 시작했다. 자연에서의 치유라는 그의 정체성 키워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윽고 주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탐내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만든 목공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취미가 곧 타인을 위한 봉사가 된 것이다.
기계의 한계를 넘는 '장인의 손맛'
박 장인의 공방을 처음 방문하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화려하고 값비싼 최신식 장비들이 즐비한 여느 공방과는 거리가 멀다. 그에게는 고가 장비의 부재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정밀한 재단과 가공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이 부분이 분명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장인은 이 한계를 불평 대신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다.
"고가 장비가 없으니, 더 섬세하고 꼼꼼하게 손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제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가죠."
그는 부족한 장비를 오직 '정성'과 '경험'으로 메꿨다. 특히, 스크롤쇼 기계를 활용한 소품 제작은 그의 섬세한 손길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복잡하고 미세한 곡선 작업을 필요로 하는 소품들은 대형 기계로는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박 장인은 이 작은 기계 하나로 마치 그림을 그리듯 나무를 오려내며,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탄생시킨다. 이는 마치 디지털 시대에 붓과 물감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 그의 작품에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따뜻한 온기와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
친환경을 넘어, '삶의 질'을 만드는 약속

박치갑 장인의 목공 철학은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정성을 들인 고품질의 목공 작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 작품이 구매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실용적이며 사용자에게 안전한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그는 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모든 작품에 인체에 무해한 오일을 사용하여 마감한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평생 무료 서비스'로 이어진다. 단순히 제품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고객의 삶 속에서 온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다.
"제가 만든 도마가 닳거나 다탁에 흠집이 생기면 언제든 가져오십시오. 제게는 나무를 만지고 다듬는 모든 시간이 즐거움이니까요."
이 말은 단순한 A/S 약속을 넘어선다. 그것은 고객과의 평생 봉사를 약속하는 것이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여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점의 허풍도 없었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치유목공 놀이터'. 이곳은 화려하지 않지만, 나무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장인의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진정한 의미의 보물창고다. 은퇴 후 새로운 삶의 보물을 발견하고, 그 보물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박치갑 장인의 이야기는, 물질적 풍요가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