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외곽, 한 마을이 통째로 호텔이 되다
일본 오사카 동쪽 외곽의 후세역(Fuse Station) 인근.
이 오래된 상점가 골목 어귀에는, 겉보기엔 평범한 시장 골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을 전체가 호텔’로 운영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세카이호텔(SEKAI HOTEL).
이곳은 거대한 호텔 건물을 짓는 대신,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과 폐점한 상점을 사거나 빌려 하나의 객실로 리모델링했다.
길이 1.8km에 달하는 시장 골목의 좌우 공간들이
세카이호텔의 객실, 로비, 식당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숙박시설은 흩어져 있지만,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처럼 연결되어 있다.
여행자는 그 안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살아보는 여행자가 된다.
“여행지의 일상 속으로 잠기자” — 세카이호텔의 운영 철학
세카이호텔의 슬로건은 단 하나,
“여행지의 일상 속으로 잠기자(Dive into the local life)”.
일반 호텔처럼 객실, 식당, 욕실이 한 공간에 있는 대신
이곳의 투숙객은 ‘세카이 패스(Sekai Pass)’를 들고
마을 곳곳의 제휴 상점에서 밥을 먹고, 목욕탕을 이용하며, 커피를 마신다.
여행자는 ‘숙박객(stayer)’이 아니라 ‘생활자(traveler)’가 된다.
그는 잠시 그 마을의 주민이 되어, 현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전통적인 일본 골목 상권의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세카이호텔이 추구하는 건 ‘특별한 호텔 경험’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특별함을 체험하는 일이다.
이 진심은 입소문을 타고 확산됐다.
2018년 개관 당시 약 300명이었던 투숙객 수는
지난해 약 4,200명으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골목 경제를 살리는 혁신 — 지역 재생의 성공 모델
세카이호텔의 의미는 단순한 ‘숙박 실험’이 아니다.
그들은 일본 전역이 겪고 있는 빈집 문제(空き家問題)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려진 주택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지역 상점가를 다시 여행자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후세시장의 텐푸라 가게를 운영하는 우메야마 씨는 이렇게 말했다.
“호텔이 생긴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하루에 평균 다섯 명 이상은 세카이호텔 투숙객이에요.”
이처럼 세카이호텔은 지역 주민, 상점, 여행자 모두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로컬 리젠(Local Regeneration)’의 진정한 의미다.
“문제 해결이 곧 비즈니스의 목적이다”
세카이호텔을 운영하는 미야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숙박업이 아닙니다.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세카이호텔은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는 모델이다.
여행자가 머무는 그 하루가,
마을의 상권을 살리고, 빈집을 리모델링하며,
지역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공간’이 아닌 ‘경험’을 파는 시대
세카이호텔의 성공은 오늘날 비즈니스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다.
오프라인 공간은 더 이상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파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행은 이제 ‘숙박’이 아니라 ‘서사’다.
공간의 스토리, 사람의 관계, 지역의 숨결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체험형 로컬 브랜드’가 완성된다.
세카이호텔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공간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나요?”
평범한 공간을 특별한 ‘경험의 장소’로
세카이호텔의 이야기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하나의 마을을 되살리고, 사람들을 연결하며,
여행의 본질을 되찾은 이 실험은
이제 전 세계 도시 재생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