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부마민주항쟁 기획전 ‘비’, 미완의 구조 속에서 완성을 말하다
2025년 10월, 부산근현대역사관 금고미술관에서 열린 ‘2025 부마민주항쟁 기념기획전 〈비〉는 ‘기억의 건축물’을 세우는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번 전시는 곽영화, 이수정, 이지훈, 전혜진 등 4인의 예술가가 참여해, 부마민주항쟁 45주년을 기념하며 민주정신의 ‘빈자리’를 예술적으로 채워넣는 시도다.
‘비(ㅂㅣ)’라는 제목은 비움(Empty)과 기억(Memory)의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철골 구조물처럼, 민주주의 또한 언제나 ‘건설 중인 과정’임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역사 회상이 아닌, 예술적 건축을 통한 민주정신의 재해석에 중점을 두었다. 부산은 1979년 부마항쟁의 발원지이자 민주화의 기폭제가 된 도시로, ‘비’展은 그 역사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구조를 세운다.
전시장 중앙에는 미완의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구조물은 항쟁의 흔적과 현재의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상징한다. 관람객은 구조물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민주주의의 층위를 ‘체험’할 수 있다. 이로써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민주주의를 ‘짓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비’는 문자 그대로 ‘없음’을 뜻하지만, 그 없음은 가능성의 시작이기도 하다.
전시 총괄을 맡은 큐레이터는 “부마항쟁의 기억은 완성된 서사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열린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는 영상,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가 공간적으로 얽혀 있으며, 각각의 작품은 ‘민주’라는 추상적 개념을 비워내며 동시에 채워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관람객의 존재가 더해질 때, 비로소 전시는 완성된다.
참여 작가 4인은 각기 다른 세대와 매체를 대표한다.
곽영화는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대형 설치물로 민주화의 흔적을 시각화했고, 이수정은 영상과 사운드를 결합해 ‘항쟁의 소리’를 복원했다.
이지훈은 구조체를 모티브로 한 조각을 통해 ‘균형과 긴장’을 표현했고, 전혜진은 시민의 목소리를 수집한 오디오 설치 작품으로 ‘집단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들의 작품은 민주주의를 ‘고정된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유기체로 재해석하며, 시민의 참여 속에서 의미를 완성시킨다.
2025년 부마민주항쟁 기념기획전은 단순한 과거의 회고가 아니다.
‘비’는 미완의 구조물로 남겨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며, 비움 속의 가능성, 불완전함 속의 연대를 다시 묻는다.
부산근현대역사관 금고미술관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역사와 예술이 교차하는 상징적 장소다.
이 전시는 “기억의 건축”을 통해 민주주의의 의미를 새롭게 세우고, 시민 모두가 그 구조물의 일부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