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진리를 드러내는가

칸트·하이데거·고흐가 말하는 ‘미의 존재론’

빛과 고통의 화가, 고흐가 그린 존재의 언어

고흐의 작업실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방 안, 빛이 들어오는 창문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뒷모습

 

예술은 진리를 드러내는가

- 칸트·하이데거·고흐가 말하는 미의 존재론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단순히 색과 선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실존이 가장 치열하게 드러나는 장()이다.

그의 해바라기별이 빛나는 밤까마귀 나는 밀밭은 모두 인간의 고통과 구원이 동시에 번쩍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그의 붓은 절망을 뚫고 나온 존재의 외침이었다고흐에게 예술은 삶의 위안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진리의 사건이었다.

하이데거가 말한 대로 예술이란 세계가 스스로를 열어젖히는 방식이며고흐의 그림 속에서는 그 진리의 문이 언제나 반쯤 열려 있다.

그의 그림을 마주한 사람들은 종종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그것은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존재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체험이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아름다움은 목적 없음의 목적성이라 했다.

예술은 실용적 목적을 지니지 않으면서도 우리 마음속에 조화와 질서를 일으킨다.

고흐의 예술은 이 무목적적 목적성의 순수한 예이다.

그의 그림은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왜 저 별은 그렇게 소용돌이치는가’, ‘왜 색이 그렇게 격렬한가’ 묻지 않아도 된다.

그의 색채는 설명이 아니라 감응이다.

칸트가 말한 보편적 주관성’, 즉 모든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미의 감정이 고흐의 화폭에서 강렬하게 살아 있다.

그의 붓질은 도덕도이성도 초월한 순수한 감정의 언어다.

그는 세상을 그리려 한 것이 아니라세상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칸트의 미학이 꿈꾸던 자유로운 감정의 공명을 가장 인간적으로 실현한 사례였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고흐의 낡은 구두 그림을 두고 한 농부의 삶흙냄새피로세계 전체가 이 구두 속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에게 예술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고흐의 구두는 단지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열어젖히는 문이다.

거친 질감닳은 끈어두운 색조는 노동의 세계와 인간의 실존을 고요히 드러낸다.

하이데거의 말대로 예술은 진리의 드러남이며고흐는 그 진리를 눈으로 보이게 한 화가였다.

고흐가 그린 사물들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존재 그 자체다.

그의 그림 속 해바라기는 빛을 향한 존재의 열망이고별이 빛나는 밤은 영혼의 깊은 떨림이다.

그는 존재를 논하지 않고존재를 그렸다.

 

고흐의 예술은 철학의 언어를 넘어선다.

그의 그림은 칸트의 미학이 말한 감정의 보편성을 품고하이데거의 존재론이 말한 진리의 드러남을 실현한다.

그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색과 선으로 말했다.

예술은 감정의 표출을 넘어 진리를 드러내는 행위이다.

고흐는 그 진리를 자신의 생명과 바꿔가며 그렸다.

그의 붓은 단순한 예술의 도구가 아니라존재가 빛으로 깨어나는 통로였다.

고흐의 작품은 인간의 고통과 구원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진리의 장이었다.

그의 예술은 질문한다 — 아름다움은 단지 감각의 기쁨인가아니면 존재의 진리인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의 별빛 아래 서 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10.27 09:53 수정 2025.11.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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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