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의 매운맛 성분으로 알려진 캡사이시노이드는 항염, 진통, 항비만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지닌 천연물로 의약품, 식품, 화장품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그러나 기존 화학 합성 방식은 환경적 부담과 부반응 문제, 미생물 대사 경로는 효율성 저하라는 한계에 부딪혀왔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생물공정 기술을 건국대학교 윤형돈 교수(시스템생명공학과), 허용석 교수(화학과), 금영수 교수(식량자원과학과) 공동 연구팀이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리그노셀룰로오스에서 얻은 바이오 기반 페룰산(Ferulic acid)을 이용, 효소만을 활용해 천연물 캡사이시노이드를 합성하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고효율적인 방법을 선보였다. 이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IF=17)에 지난 10월 7일 온라인 게재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생물공정은 페룰산을 출발 물질로 활용하는 2단계 효소 모듈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바닐릴아 모듈'에서는 페놀산 탈탄산효소, 방향족 이산소화효소, 트랜스아미나제를 연계하여 페룰산을 바닐릴아민으로 전환한다. 이어 두 번째 '캡사이시노이드 합성 모듈'에서는 카복실산 환원효소의 아민화 반응을 통해 바닐릴아민과 지방산을 결합시켰다. 특히 폴리인산 키나아제를 활용한 ATP 재생 기술은 효소 반응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번 생물공정의 또 다른 강점은 합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바닐린과 바닐릴아민 중간체가 향료 및 의약품 원료로도 활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화합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해당 공정의 산업적 확장성과 응용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구의 성공은 건국대 공동 연구팀의 유기적인 협력 덕분이다. 윤형돈 교수 연구팀은 합성 경로 디자인, 고활성 효소 발굴, 생물 전환 공정 개발을 총괄했으며, 허용석 교수 연구팀은 핵심 효소인 트랜스아미나제의 구조 분석과 반응 메커니즘 규명을 담당했다. 금영수 교수 연구팀은 생성 화합물의 질량 분석을 통한 정밀 검증을 수행하며 연구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연구에는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타레쉬 코브라가데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고, 윤형돈·허용석 교수가 교신저자, 금영수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과학연구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