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골 마당 구석에 굴러다니던 늙은호박이 이제는 도시의 프리미엄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옛날에는 탕이나 죽을 끓이는 데나 쓰이던 ‘흔한 재료’였지만, 최근에는 자연식, 클린푸드, 전통식품 복원의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재료가 아니라, 현대 영양학과 식문화 트렌드가 만난 결과물로서 ‘새로운 가치’를 지닌다.

한때 외면받던 늙은호박, 재조명된 이유는?
늙은호박은 오래 저장이 가능한데다 식이섬유와 베타카로틴, 비타민 A가 풍부하다. 과거에는 농가에서 겨울철 비상식량처럼 두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색이 탁하고 맛이 덜한” 재료로 인식되어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 자연식과 전통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늙은호박의 ‘순한 단맛’과 ‘소화가 잘 되는 식감’이 다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당뇨, 다이어트, 디톡스 등 건강관리를 중시하는 소비층이 늘면서 ‘자연 그대로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강 트렌드와 맞물린 전통 식재료의 부활
‘한 끼의 진심’,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푸드 철학이 확산되면서 늙은호박은 그 상징이 되었다. 최근 영양학 연구에서도 늙은호박의 항산화 성분과 혈당 안정 효과가 밝혀지면서 각종 건강식품 브랜드가 원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호박즙’이 아니라, 늙은호박 스프, 호박 파우더, 베이커리용 호박 페이스트 등으로 진화하며 산업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친환경 식품 매장에서는 ‘시골산 늙은호박 100% 제품’이라는 문구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한다. 한때 구석에 굴러다니던 농산물이 이제는 유기농 트렌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도시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호박 리메이크’ 열풍
도시 외식업계에서도 늙은호박은 새로운 메뉴 트렌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카페에서는 ‘호박라떼’, ‘호박무스케이크’, ‘호박바질수프’ 등으로 변신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호박 뇨끼’나 ‘호박리조또’ 같은 서양식 메뉴에 활용되고 있다.
셰프들은 늙은호박의 은은한 단맛이 다른 재료의 풍미를 살려준다고 평가한다. 특히 ‘색감이 부드럽고 촬영 시 시각적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SNS 마케팅에도 적합하다. 이처럼 전통 농산물이 ‘인스타 감성’과 결합하며 도시의 미식 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농가 소득과 지역 브랜드를 살리는 늙은호박 산업화 전략
지방 각 지자체는 늙은호박을 중심으로 지역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전남 곡성군, 경북 영천시 등은 ‘호박즙 공동 브랜드’, ‘농가형 가공센터’, ‘체험형 호박축제’를 운영하며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늙은호박의 저장성과 운송 편의성은 농가 소득 안정을 돕는 장점이 된다. 또한 젊은 창업농들은 늙은호박을 활용한 프리미엄 건강 간식 브랜드를 론칭하며 새로운 농식품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골의 흔한 것’이 ‘도시의 프리미엄’으로 변모하는 이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역경제 순환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는다.
늙은호박의 부활은 단순한 식품의 재발견이 아니라, 시대의 가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자연스러움, 지속가능성,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전통식재료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럭셔리’로 자리 잡고 있다.
시골의 평범한 밭에서 태어난 늙은호박이 도시의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올라오기까지, 그 여정은 ‘흔함 속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