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는 이제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오늘의 일상 속 현실이 되었다. 한여름 도심의 아스팔트는 불판처럼 달아오르고, 장맛비가 쏟아질 때마다 저지대 도로와 지하공간은 순식간에 침수된다. 도시의 구조 자체가 기후재난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년 체감하고 있다. 더 이상 기술적 대처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이제 도시가 자연과 공존하며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도시숲’이 있다.
도시숲은 단순한 녹지 조성이 아니라, 기후적응을 위한 생명 인프라이다.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약 6.6kg의 탄소를 흡수하고, 여름철 도심의 체감온도를 2~3도 낮춘다.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빗물을 머금어 홍수를 완화하며, 시민에게 그늘과 쉼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능은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자연의 방패다. 도시의 안전망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나무와 흙 위에 세워져야 한다.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는 이러한 인식 아래 전국적으로 도시숲 조성과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23년 몽골 셀렝가도에서 현지 정부와 협력해 300만 그루의 나무심기를 완료한 것은 국경을 넘어선 기후협력의 대표 사례다. 그 경험을 국내 도시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다음 목표다. 도시의 가로수, 공원, 하천변 녹지, 학교 숲 등 생활권 내 숲이 바로 시민의 생명줄이며,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많은 지방정부가 나무심기를 단기 사업이나 조경 예산의 일부로 취급하고 있다. 식재 후 관리와 생태적 연결성은 뒷전이고, 예산이 끝나면 숲도 함께 사라진다. 나무는 심는 순간이 아니라, 돌보고 지켜보는 ‘시간’ 속에서 진짜 숲이 된다. 따라서 도시숲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행정·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지속관리형 생태사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도시의 폭염은 그늘의 유무로 시민의 생명을 갈라놓는다. 홍수의 피해는 흙이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단순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다시 자연의 힘을 배워야 한다. 나무 한 그루, 숲 한 조각이야말로 가장 값싼 재해보험이며, 가장 확실한 생명 보증이다. 기후적응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땀 흘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시민들의 작은 행동에서 출발한다.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도시숲을 지키는 감시활동과 협력운동을 지속할 것이다. 정부의 식재사업이 단기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감시하고, 기업의 탄소중립 활동이 진정성 있게 이어지도록 사회적 압력을 높일 것이다. 동시에 지역사회와 학교, 기업이 참여하는 도시숲 협치모델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기후적응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빌딩의 높이나 도로의 폭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진정한 선진도시는 숲의 깊이와 그늘의 넓이로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곳이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 세상을 바꾼다. 우리가 오늘 심는 한 그루의 나무가 내일의 폭염을 막고, 미래 세대의 생명줄이 된다.
이제 도시의 중심을 다시 자연에게 돌려줄 때다. 도시숲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인간이 기후위기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다. 나무를 심는 일은 곧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이것이 환경단체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기후적응의 길이다.

칼럼리스트 민병돈
현)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현) (사)환경보전대응본부 사무총장
현) 에코인홀딩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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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나무심기릴레이 참여
후원전화 187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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