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無力한 국제기구, 평화는 어디에서 피어날까

실패한 평화의 반복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을 이을 제3의 국제기구

새로운 국제기구의 역할

 

국제연맹 심볼 이미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1세기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두 비극은 우리에게 뼈아픈 진실 하나를 상기시킨다. 바로 '국제기구의 무력함'이다.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처절한 대가를 치른 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는 염원을 담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과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을 창설했다. 하지만 그 역사는 '실패한 평화'의 반복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연맹이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미국의 불참 속에 무너졌다면, 국제연합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Veto)'이라는 이름의 아킬레스건을 안고 태어났다. 그리고 이 거부권은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앞에서 국제사회의 집단적인 행동을 마비시키는 족쇄가 되었다. 전쟁 당사국 중 하나가 스스로를 '평화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안보리의 영구 회원국이라는 아이러니 앞에서, UN은 그저 '토론장'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결의안이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지는 동안,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은 폭격과 포화 속에서 삶을 잃어 갔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그러나 국제기구의 실패는 비극과 비극 사이의 반복처럼 보인다. 국제연합은 국제연맹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더 강력한 권한과 보편성을 갖추려 했으나, 여전히 '주권 국가'라는 성채 앞에서 무릎 꿇고 있다. 강대국들의 '국익 최우선주의'와 '정치적 실리'가 평화와 인류 보편의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현행 국제기구 체제는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을 이을 '제3의 국제기구'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때다. 물론, 새로운 기구를 만든다고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 체제가 '작동 불능' 상태임을 인정한 이상, 근본적인 개혁은 필수적이다. 새로운 국제기구는 다음과 같은 비전을 담아야 한다.

 

국제연합 심볼 이미지

 

첫째, 거부권의 폐지 또는 제한이다. 소수 강대국의 일방적인 이익이 전 세계 평화를 인질로 잡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인류 안보(Human Security)'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국가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대규모 인권 유린과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개입 권한을 가져야 한다.

 

셋째, 비전통 안보 위협(기후변화, 팬데믹, AI 규범 등)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선 위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 구시대적 안보 개념에 갇혀서는 안 된다.

현재의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정부 상태(Anarchy)'에 가깝다. 국제기구는 그 무정부 상태를 완화하고 문명화하는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러나 그 최소한의 장치마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 문명의 퇴행을 의미한다.

 

국제연합이 설립된 1945년 이후 세계는 엄청나게 변했다. 강대국의 흥망성쇠, 기술의 발전, 초국가적인 위협의 등장. 변화된 세계에 걸맞은 새로운 '평화의 설계도'가 필요하다. 전쟁을 막지 못하는 기구는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UN이 아니라, '현실의 잔혹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국제 질서의 새로운 심장이다. 이 절망적인 현실이, 새로운 평화의 씨앗을 뿌릴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작성 2025.10.27 20:48 수정 2025.10.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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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