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잡았지만 세상은 멀다,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의 진짜 의미

스마트폰이 열어준 문, 그러나 여전히 닫힌 세상

디지털 격차가 ‘정보 격차’로 바뀌는 시대

리터러시는 기술이 아니라 ‘해석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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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마트폰이 열어준 문, 그러나 여전히 닫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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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쓰는 법을 배웠지만, 세상은 여전히 낯설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열린 시니어 디지털 교실에서 들려온 말이다.

70대 중반의 한 어르신은 웃으며‘카카오톡 보내기’를 시연했지만, 온라인 은행 앱에서 본인 인증을 시도하자 금세 긴장된 표정이 되었다. 기술은 익혔지만, 이해의 벽은 여전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다. 통계청에 따르면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20%가65세 이상이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95% 시대에도, 시니어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전체 국민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단순히 기계를 사용하는 법을 아는 것과, 디지털 사회 속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다르다. 바로 이 지점이‘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의 출발점이다.

 

 

  1. 디지털 격차가‘정보 격차’로 바뀌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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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정보 격차’는 단순히 인터넷을 할 줄 아는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 격차는 훨씬 더 정교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퍼져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정부지원사업 신청, 모바일 뱅킹 인증, 공공기관의 전자문서 확인 등은‘읽을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시니어들이“복잡하다”, “어려워서 못 하겠다”고 말할 때, 그건 기술이 낯선 것이 아니라 디지털 문법이 낯선 것이다.

리터러시(literacy)는‘읽고 쓰는 능력’에서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적 프레임’을 뜻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단순한 스마트폰 사용법이 아니라,

이 능력이 부족하면, 시니어들은 사회적 약자가 된다.

‘디지털 소외’는 곧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1. 리터러시는 기술이 아니라‘해석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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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자체가‘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표방한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는‘카카오톡 친구 추가’, ‘QR코드 인식’, ‘유튜브 보는 법’ 수준에 머문다.

이는‘기술교육’이지‘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다.

진짜 리터러시는‘무엇을 눌러야 하는가’가 아니라‘왜 눌러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왜 그 영상을 추천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카카오톡 뉴스 링크를 보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그 뉴스가 신뢰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했다. 기술은 인간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프레임이다.

따라서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스마트폰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로 세상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다.

 

 

  1. 세대를 잇는 디지털 포용,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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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리터러시는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할 유일한 다리다.

시니어는 기술을 배워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젊은 세대는 시니어와의 소통을 통해 기술의 인간적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

서울의‘디지털 동행 프로그램’, 경기도의‘AI 체험형 시니어 교실’, 부산의‘스마트폰 멘토링 제도’ 등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단순히 교육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 모델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많다.

교육 접근성의 지역 편차, 맞춤형 커리큘럼 부족, 디지털 트라우마(사기·피싱 경험 등) 등이 시니어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

이제는‘가르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기술적 숙련이 아니라, 삶의 문맥 속에서 디지털을 해석하는 능력을 중심으로 교육이 설계되어야 한다.

시니어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는 생존 기술이자 존엄의 문제다.

‘못하는 세대’가 아니라‘잊혀지는 세대’가 되지 않기 위해, 사회는 그들의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포용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우리가‘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지, 인간이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란 결국 삶을 기술에 맞추는 법이 아니라, 기술을 삶에 녹여내는 지혜다.

그것은‘스마트폰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새로운 인문학이며, 노년이 기술을 배울 때 사회는 더 따뜻해진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이해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발전이 아니라 단절로 향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시니어 디지털 혁명’이 아니라

‘시니어와 함께하는 디지털 인문학’이다.

 

 

작성 2025.10.28 06:08 수정 2025.10.2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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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