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에 가보신 적 있나요? 벌겋게 타오르는 숯불 앞에서 발갛게 익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개운하다‘고 웃는 사람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옥불 속에서도 ‘시원하다’는 바람에 지옥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릅니다.
몇 년 전까지 저에게 숯가마는 TV에서 보는 그런 ‘어나더 세상’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기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최애 힐링 장소가 되었지요. 시작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동안 숯가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가 다니는 숯가마는 숯을 만들어 파는 게 본업인 곳이라 오는 손님들은 주변에 사는 동네분들이거나 저처럼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지인의 소개 소개를 받아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갈 때마다 늘 같은 분들을 뵈니 자연히 친분이 쌓이게 되었지요. 무엇보다 그곳에서는 가장 아픈 사람이 최고의 대우를 받습니다. 숯을 빼는 가마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불을 쬐는 자리가 제일 인기가 많은데, 가운데 명당 자리는 아픈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국룰입니다. 가지고 온 음식이나 과일을 공평하게 나눠 먹는 모습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주인 할머니가 다리를 다쳐 식당을 운영하지 못하자 손님들 중 누군가 재료를 사 오고, 요리사 출신의 다른 손님이 요리해서 함께 먹기 시작했습니다. 근처 텃밭에서 따온 푸성귀나 산에서 채집한 야생 버섯도 훌륭한 반찬으로 변신하여 시골의 인심과 손맛 가득한 밥상이 차려지곤 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깊은 산속에서 막 떠온 약수와 디저트용 과일을 준비해 갑니다. 숯가마에서 신는 나막신이 너무 큰 걸 알고 솜씨 좋은 아재가 전기톱과 전동 드릴을 빌려 여러 명에게 발에 맞는 신을 만들어 줍니다. 뜸을 잘 뜨는 사람은 아픈 사람에게 쑥뜸을 뜨고 계란 농장을 하는 사장님은 유기농 계란을 아주 싸게 팝니다. 동네 고모로 불리는 여사님이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담근 김장 김치 묵은지를 돼지고기와 함께 잔뜩 가지고 와 숯가마에서 나온 숯을 빌려 구워 먹기도 합니다. 제레미 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말한 희소성에 의한 경쟁과 교환 가치가 아닌 사용가치와 공유가치를 중심으로 모두가 풍요를 느끼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제와는 동떨어진 그런 ‘협력적 공유경제’의 실사판이라 할까요?
샤워실도 없고 변변한 가게 하나 없는 허름한 시골 숯가마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불편한 거투성이라 굳이 기름값을 들이고 입장료를 내면서 갈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곳에 온 사람들이 가진 것을 공평하게 나누고 환자를 배려하고 함께를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봉사하면서 그곳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채워 줄 수 없는 욕구를 채워 주는 ‘어나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그런 연대감이 어떻게 생길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거기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과거또는 현재 아픔을 경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건강을 회복한 뒤에도 ‘동병상련’의 마음이 서로를 돕는 마음으로 발화되고 새로 온 사람들도 따라서 배우다 보니 그런 문화가 형성된 거죠.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실패하는 공동체가 많은 현실에서 아주 특별한 숯가마 ‘어나더 세상’을 알게 된 계기가 병에 걸렸기 때문이니, 세상에 좋은 일만도 나쁜 일만도 없다는 것도 덤으로 새기게 됩니다.
K People Focus 칼럼니스트 차경숙(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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