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오픈AI·퍼플렉시티, AI 브라우저 전면전 돌입…‘대화형 웹’ 시대 개막
지난 수십 년간 인터넷 탐색의 시작점은 변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고, 결과 목록을 클릭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아왔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 단순한 루틴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제 웹의 첫 화면은 더 이상 ‘검색창’이 아니다. AI 대화창이 인터넷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AI 브라우저’를 내놓으며
웹 탐색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MS는 자사 브라우저 엣지(Edge)에 코파일럿(Copilot) 모드를 탑재하며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닌 ‘지능형 웹 파트너’로 브라우저를 재정의했다.
사용자가 열어둔 탭의 내용을 AI가 분석해 요약·비교하고, 예약이나 양식 작성 같은 반복 작업을 자동 수행한다.
오픈AI는 ‘챗GPT 아틀라스(ChatGPT Atlas)’를 선보이며 브라우저의 개념 자체를 대화형으로 재설계했다.
새 탭을 열면 바로 AI 챗봇 인터페이스가 등장하고,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웹을 탐색해 정리된 정보를 반환한다.
퍼플렉시티 또한 ‘코멧(Comet)’을 통해 AI 기반 요약·비교 브라우징을 구현하며 시장의 불씨를 당겼다.
이 세 회사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웹 탐색을 ‘검색’이 아닌 ‘대화’로 재구성하고,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는 점이다.

‘검색에서 대화로’…웹 탐색의 패러다임이 뒤집히다
AI 브라우저의 핵심은 ‘능동적 탐색’이다. 기존의 검색은 사용자가 직접 키워드를 입력해야 했지만,
AI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맥락을 스스로 파악한다.
예컨대 이메일 예약을 준비 중이라면 AI는 관련 호텔·항공 정보를 불러와 비교하고, 사용자의 일정 캘린더와
연동해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탐색 도구’를 넘어 ‘웹 에이전트’로의 진화다.
AI가 대화형으로 정보를 요약하고, 후속 행동(예: 예약, 구매, 작성)을 자동 실행하면서 브라우저는 점
점 하나의 디지털 비서로 기능한다. 이러한 변화는 ‘클릭 중심 인터넷’에서 ‘대화 중심 인터넷’으로의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검색의 종말 이후, 인간과 웹의 상호작용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시점”이라 진단한다.
웹 탐색의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AI와 사람의 협업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로미움 기반의 아이러니 — 기술은 같아도 경험은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AI 브라우저 대부분이 구글의 크로미움(Chromium) 위에서 구동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브라우저의 70% 이상이 크롬 혹은 크로미움 기반으로 작동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오픈AI의 아틀라스,
MS 엣지, 퍼플렉시티 코멧 역시 모두 구글 기술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
즉, 사용자 경험은 혁신적으로 변화하지만 기술적 토대는 여전히 구글 생태계 안에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AI 브라우저의 혁신은 구글의 독점 구조 안에서만 가능한 제한적 진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각 기업은 이 한계를 ‘경험의 차별화’로 돌파하려 한다.
MS는 윈도우·오피스365 생태계와의 완전한 통합을, 오픈AI는 챗GPT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퍼플렉시티는 직관적 요약 중심 UX를 무기로 내세웠다.
결국 같은 엔진 위에서 얼마나 다른 첫인상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되고 있다.
‘첫 화면’이 곧 생태계 — 사용자 습관을 바꾸는 자가 승자가 된다
AI 브라우저 전쟁의 본질은 기술 경쟁이 아니다. ‘인터넷의 첫인상’을 누가 새롭게 설계하느냐의 싸움이다.
사용자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켰을 때 처음 마주하는 화면, 즉 브라우저의 ‘첫 화면’이 곧 하나의 플랫폼이자
생태계 진입점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MS는 엣지를 윈도우 환경에 깊이 통합해 생산성 중심 생태계를 강화하고, 오픈AI는 대화형 AI를 중심에 둔
정보 탐색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여전히 ‘제미나이 인 크롬(Gemini in Chrome)’으로 맞불을 놓으며
AI 중심 탐색을 자사 브라우저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진짜 변수는 사용자의 전환 속도다. 새로운 브라우저를 설치하고 기존 북마크, 로그인 정보를 옮기는 과정은 번거롭다.
그만큼 AI 혁신의 속도보다 습관의 관성이 더 강력한 경쟁자로 남아 있다.

AI가 주도하는 ‘웹의 두 번째 진화’
AI 브라우저의 등장은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인터넷 패권의 이동 신호다.
검색창 중심의 웹이 끝나고, 대화 중심의 웹이 열린다.
브라우저는 더 이상 정보를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의도를 실행하는 주체가 된다.
미래의 브라우저는 단순한 앱이 아니라 하나의 운영체제(OS)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업무, 커뮤니케이션, 쇼핑, 콘텐츠 소비가 모두 이 대화형 브라우저 안에서 이뤄질 것이다.
즉, 누가 ‘인터넷의 첫인상’을 새롭게 정의하느냐가 곧 미래 디지털 시장의 권력을 결정짓게 된다.
AI 브라우저의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관건은, 사용자가 새로운 웹의 문을 열 준비가 되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