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아내의 부탁으로 동네 슈퍼마켓에 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장보기 목록에 적힌 ‘기름’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나는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진열대를 가득 채운 수십 종류의 기름 앞에서, 대체 아내가 원한 ‘그 기름’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올리브유인가, 포도씨유인가, 아니면 평범한 콩기름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직원에게 묻기까지 했지만, 결국 내 손에 들린 것은 아내가 원하던 기름이 아니었다. 나의 오랜 고민과 노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내는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았다. 결과가 틀렸기 때문이다. 내가 사 간 기름이 아내가 사 오라고 했던 ‘그 특정 기름’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신을 향한 인류의 오랜 종교적 수고는 종종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신을 기쁘시게 하려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는 정기적으로 예배당이나 모스크를 찾고, 누군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의 의무를 다한다. 소유의 일부를 떼어 신께 바치고, 경건을 위해 금식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이 정도의 정성과 노력이면 하나님께서 만족하실 것이며, 이것이 구원에 이르는 길일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물론 이러한 종교적 행위들은 그 자체로 숭고한 동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수고의 방향이다. 나의 열심이 과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 방법’이 맞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목적지를 찾아갈 때,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다. 이쪽 길로 가든 저쪽 길로 가든, 결국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종교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선하게 살고, 경건하게 살고, 진심으로 신을 찾으면 어떤 길을 통하든, 결국 같은 목적지, 즉 구원에 이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냥 ‘기름’이면 되는 것이지, 굳이 ‘그 기름’이어야 하냐고 항변한다.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만약 하나님께서 단 하나의 길, 단 하나의 기름을 명확하게 지정해 놓으셨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친히 열어주신 유일한 통로다. 성경은 이 진리를 너무나 명확하고 단호하게 선포한다.
성경에 보면, 예수는 친히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복음 14:6)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수많은 길 가운데 가장 좋은 ‘지름길’을 알려주신 것이 아니다. 다른 길은 없다는 선언이다.
사도 베드로 역시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사도행전 4:12)라고 못 박았다.
우리의 선행이나 종교적 열심, 혹은 그 어떤 고결한 도덕적 성취로도 구원에 이를 수 없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유일한 이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성경은 증언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든 선한 노력은 헛된 것인가?
구원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다. 왜냐하면 인간의 선행은 더러워진 옷과 같아서(이사야 64:6),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결코 설 수 없기 때문이다. 무한한 빚을 진 자가 몇 푼의 동전을 갚는다고 해서 빚이 청산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의 모든 종교적 수고는 ‘잘못된 기름’을 사기 위한 노력과 같다.
그 수고가 아무리 진실할지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기름’이 아니기에 결국 그 노력은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구원은 우리의 노력으로 획득하는 전리품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우리는 그 선물을 받기만 하면 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을 향해 “만일 누가 가서 우리가 전파하지 아니한 다른 예수를 전파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복음을 받게 할 때에는 너희가 잘 용납하는구나”(고린도후서 11:4)라고 안타까워했다.
2천 년 전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이 ‘다른 복음’, ‘다른 예수’에 자신의 영혼을 의탁하고 있다. 사랑하는 무슬림들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진리 탐구자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더는 헛된 수고를 하며 잘못된 복음에 머물러 있지 말라.
하나님께로 가는 길은 절대 많지 않다. 성경이 증언하는 유일한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참된 생명과 평안을 누리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기름’을 사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옳다고 믿는 ‘아무 기름’이나 고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