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서 ‘아이콘’으로… 케이팝 진화의 네 가지 사조를 읽다

서태지와 H.O.T.가 만든 산업의 뼈대

빅뱅이 연 케이팝 자율의 시대

케이팝, 기술을 넘어 ‘사상’이 되다

 

‘시스템’에서 ‘아이콘’으로… 케이팝 진화의 네 가지 사조를 읽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를 외치던 1992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들의 음악이 훗날 전 세계를 열광시킬 케이팝의 출발점이 될 줄은.

이후 H.O.T., 빅뱅방탄소년단그리고 뉴진스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케이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문화 현상나아가 세계적 사조(思潮)로 발전했다.

태양비 저서 『케이팝의 시간』은 이 흐름을 시스템주의’, ‘뮤지션주의’, ‘커뮤니티주의’, 그리고 아이콘주의라는 네 가지 사조로 정리한다.

이 구분은 단순한 시대 구분을 넘어케이팝이 한국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품어왔는지를 보여주는 통찰이다.

 

1990년대 초반한국 음악계는 시스템의 시대였다서태지와 아이들은 기존 가요의 형식을 완전히 깨며 신세대 문화를 열었다그들의 음악은 단순히 청소년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프로듀싱 시스템의 출현을 알린 사건이었다.

이 흐름은 SM엔터테인먼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H.O.T.는 철저한 기획이미지 컨트롤안무·의상·음악의 통합 연출을 통해 케이팝 산업화의 서막을 열었다.

시스템주의는 효율과 조직의 미학이었다아이돌은 기획사의 완벽한 통제 속에서 상품이자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이돌의 개성과 표현이 희생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이 틀을 부수려는 움직임이 곧 다음 세대의 문을 열었다.

 

2000년대 중반, YG엔터테인먼트의 등장과 함께 케이팝은 뮤지션주의로 넘어간다.

빅뱅은 단순히 춤추는 아이돌이 아닌자신의 음악을 쓰고 만드는 아티스트였다.

지드래곤이 작사·작곡한 곡들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면서 케이팝은 자율과 개성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 사조는 박재범블락비자이언티 등으로 이어지며아이돌이 더 이상 시스템의 부속품이 아니라 창조의 주체로 자리 잡게 했다.

이 시기 케이팝은 해외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동시에 예술로서의 자각을 얻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 SNS와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팬덤의 권력은 완전히 바뀌었다.

방탄소년단(BTS)은 팬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커뮤니티주의의 정점을 보여줬다.

그들의 음악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고팬들은 그 메시지에 공감하며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 ‘아미(ARMY)’로 결집했다.

커뮤니티주의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위계에서 네트워크로 바꿔놓았다.

이제 케이팝은 소통과 연대그리고 디지털 공동체의 상징이 되었다.

BTS의 성공은 단순한 글로벌 인기의 결과가 아니라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세계를 바꾼 문화적 사건이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며케이팝은 아이콘주의’ 시대로 진입했다.

뉴진스는 화려한 기술 대신 자연스러움과 감성을 내세워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얻었다.

이들은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안한다.

아이콘주의는 기술과 예술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시대의 감성을 반영한다.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가 이끄는 뉴진스는 그 자체로 브랜드이며케이팝이 지향하는 미래형 문화 아이콘을 상징한다.

이제 아이돌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세계와 연결되는 상징적 존재다.

케이팝은 이 단계에서 음악을 넘어 철학과 미학의 언어가 된다.

 

태양비는 『케이팝의 시간』에서 기술에 관점이 담기지 않으면 잔재주로 끝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케이팝은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사상의 축적이다.

시스템주의로 산업을 만들고, ‘뮤지션주의로 예술을 더하며, ‘커뮤니티주의로 세상을 잇고, ‘아이콘주의로 미래를 꿈꿨다.

케이팝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역사청춘의 서사그리고 세계 대중문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하나의 철학적 언어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언어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10.28 09:26 수정 2025.11.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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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