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휴대전화 광고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힘찬 손글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 3초의 짧은 장면이었지만, 전통의 붓끝에서 피어난 오색 문자그림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광고에 등장한 가죽붓을 쥔 인물은 바로 혁필화 작가 유채혁필(본명 서동진)이다.
유채혁필 작가는 전통 가죽붓에 단청 안료를 묻혀 문자와 그림을 함께 그려내는 혁필화(革筆畵)의 맥을 잇고 있다. 혁필화는 과거 장터에서 즉흥적으로 그려 판매되던 민화의 한 갈래로, 문자와 색, 상징이 결합된 거리예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오는 11월 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갤러리 윤성은'에서 열리는 개인전 '장터에서 브랜드로, 혁필화의 재탄생'은 옛 장터에서 피어난 전통 예술이 현대의 브랜드와 감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처럼, 한때 장터에서 잊혔던 혁필화가 이제는 광고, 로고,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 속에서 다시 '브랜드'로 살아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가훈과 덕담처럼 정겨운 작품부터 세계 문자, 로고, 포스터, 패키지 디자인 등 혁필화의 다양한 변주가 선보인다. 색과 상징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글씨'이면서도 동시에 '그림'이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유정서 월간민화 대표(미술학 박사)는 "민화를 '조선시대 서민들의 바람과 염원을 담아 그들의 생활공간을 장식하던 대중적인 그림'으로 본다면, 그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장르가 바로 혁필화"라며 "혁필화의 현대적 재해석과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유채혁필의 시도는 매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유채혁필 작가는 "혁필화에는 행복과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가 민화 속에 숨은 상징과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