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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름 깊은 언덕에서
잘 넘겨온 그의 페이지에서 멀미가 난다
비틀거리는 글자 너머에서 주저앉아 있는 새들은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흩뜨린 글발들이 변주한 것은 끝이 아닌 시작
틈틈이 모아놓은 추억들을 퍼즐로 맞추는 나는
으스름 깊은 언덕에서 혼잣말한다
‘그의 모습을 무두질한 겉표지가 흔들린다고’
윤슬을 닮은 소녀의 계절을 훔쳐보던 그에게
내가 다 훑어본 계절은 이제 보내줘야 하는 걸까
배웅하지 않아도 떠나는,
쓸쓸한 그런 저녁에는 언덕에 올라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