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으스름 깊은 언덕에서

민은숙

 

으스름 깊은 언덕에서

 

 

잘 넘겨온 그의 페이지에서 멀미가 난다

 

비틀거리는 글자 너머에서 주저앉아 있는 새들은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흩뜨린 글발들이 변주한 것은 끝이 아닌 시작

 

틈틈이 모아놓은 추억들을 퍼즐로 맞추는 나는

으스름 깊은 언덕에서 혼잣말한다

 

‘그의 모습을 무두질한 겉표지가 흔들린다고’

 

윤슬을 닮은 소녀의 계절을 훔쳐보던 그에게

내가 다 훑어본 계절은 이제 보내줘야 하는 걸까

 

배웅하지 않아도 떠나는,

 

쓸쓸한 그런 저녁에는 언덕에 올라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10.28 23:16 수정 2025.10.29 09:0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우주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