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비행업무를 위해 객실승무원은 동료 승무원과의 브리핑 등을 먼저 시작합니다만, 본격적인 대면 승객 업무는 승객탑승과 함께 시작됩니다. 항공기에 탑승하는 수많은 승객을 단 몇 분 안에 마주합니다. 탑승 순간의 인사, 짧은 미소, 눈맞춤. 그 순간이 승객에게는 ‘이 비행이 편안할지, 불편할지’를 결정하는 시간이 됩니다. 탑승객을 맞이하는 승무원의 첫인상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신뢰의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아무리 힘들고 지치는 개인사가 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과 친절이 담긴 ‘눈빛의 교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서비스가 준비 되어있더라도 표정이 굳어 있으면 승객은 냉기를 느낍니다. 반대로 따뜻한 미소를 담아 진심을 전하는 순간, 승객의 마음이 열립니다. 무엇보다도, 첫 만남에서 승객에게 각인된 긍정적인 이미지는 비행 내내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빌드업이 되어줍니다.
LA행 장거리 비행의 비즈니스 클래스 근무중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이륙 후 첫번째 음료와 식사를 위해 준비된 메뉴의 오더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한 승객이 예약했던 특별 기내식(베지테리언)이 누락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은 승객의 불만이 고조되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식이에 관한 니즈가 명확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승객은 탑승 시 제가 건넨 진심 어린 미소와 아이 컨택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저희의 실수를 사과하며 대안을 제시했을 때, 승객은 "괜찮습니다. 아까 저를 맞아 주실 때부터 기분 좋은 미소를 보고 마음이 편안했어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할 수도 있죠."라고 의외로 너그럽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불만이 이해와 포용으로 역전된 것이지요.
이처럼, 사소한 실수는 물론, 피치 못할 기상악화나 항공기 지연 등 통제 불가능한 문제까지도 첫인상에서 쌓은 긍정적 관계는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완충재 역할을 합니다.
첫인상은 단순히 예의를 차리는 행위가 아니라, 앞으로의 관계를 결정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최고의 CS 전략입니다.
진정한 서비스 전문가라면, 고객과의 첫 대면에서 이미 성공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절반의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우리의 환한 미소와 진심 어린 태도가 고객의 경험을 편안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충성도로 이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 소개
필자는 Blue Indigo교육디자인 대표로서 서비스교육, CS, 이미지메이킹 전문강사이자, 배움을 넘어 빛나는 성장을 만드는 교육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중동항공사와 국내항공사 부사무장, 객실 훈련팀 교관 및 서비스 강사를 역임한 필자는 고객 서비스(CS)를 단순한 친절이나 기술적 스킬로 보는 관점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와 철학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한국CS경영신문의 [사람을 이해하는 서비스: 하늘에서 배운 12가지 철학]라는 칼럼코너를 통해 CS의 본질은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이며, 그 철학은 어떤 업종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