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편의주의’라는 단어가 공공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편의주의,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가 대표적이다. 편의주의는 원래 효율성을 위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것이 국민의 권리 위에 서는 순간, 행정은 권력이 되고 정의는 사라진다.
기소편의주의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건의 성격보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조직 논리가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구는 기소되고 누구는 빠지는’ 불균형한 처분은 국민의 법 감정에 깊은 불신을 남긴다.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은 검찰의 편의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와야 한다.
행정편의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정책과 제도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만, 종종 행정의 효율이나 내부 절차가 국민의 불편보다 우선한다. “규정상 어렵다”, “전례가 없다”는 말이 시민의 요구를 막는 장벽으로 작동한다. 행정은 시민을 위한 서비스이지, 시민에게 규정을 강요하는 기계가 아니다.
이제 행정과 사법의 중심에 ‘국민편의주의’가 자리해야 한다. 국민편의주의란 규정의 틀을 무시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법과 제도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실질적 정의의 관점이다. 편의를 위한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편익을 위한 책임 있는 권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사법기관의 진정한 혁신은 복잡한 제도 개혁보다, 단 한 가지 인식 전환에서 출발한다. “이 결정이 우리 조직에 편한가?”가 아니라, “이 결정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묻는 문화다.
국민이 중심이 되는 나라, 그것이 곧 편의가 아니라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다. 기소편의주의와 행정편의주의가 ‘권력의 편의’를 대변했다면, 이제 국민편의주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