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이 슬픔인 사람
요시야 왕은 유다의 역사에서 빛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그는 8세에 왕위에 올랐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율법을 새롭게 세운 개혁군주였다. 그의 통치 기간 동안 성전은 정화되었고, 백성은 오랜만에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사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역대하 35장 20~27절은 이 위대한 왕의 생애가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끝나는 장면을 기록한다. 하나님을 사랑한 자의 죽음이 왜 이렇게 갑작스럽고 슬펐을까? 그 이유는 ‘믿음의 오해’와 ‘순종의 한계’ 속에 숨어 있다.
느고 왕은 애굽의 군주로, 앗수르를 돕기 위해 북쪽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는 요시야에게 전쟁을 피하라고 전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 나와 맞서지 말라.” 놀랍게도 느고의 말 속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요시야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는 이방 왕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앙적으로 이해하면 당연한 반응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신념이 하나님의 뜻을 오해하게 한 순간이었다. 하나님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사람을 통해 말씀하신다. 그러나 요시야는 ‘하나님을 향한 확신’이 ‘자기 확신’으로 변한 것이다.
전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요시야는 변장하고 나갔지만, 적의 화살이 그를 관통했다. “내가 중상을 입었다.” 그는 전차에서 내려 예루살렘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왕의 죽음이 아니었다. 백성 전체가 그를 위해 울었다. 선지자 예레미야마저도 그를 위해 애가를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죽음은 한 나라의 신앙적 슬픔이자, 하나님께 충성했던 자의 마지막 순간을 향한 인간적 애도의 표현이었다. “죽음이 슬픔인 사람” — 요시야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요시야의 죽음을 ‘믿음의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는 여전히 하나님께 충성된 자였다. 다만 그 충성이 ‘분별 없는 열심’으로 변했을 때, 하나님은 그를 거두셨다. 성경은 그가 느고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죽게 되었다고 기록하지만, 동시에 그의 삶 전체를 의로운 왕으로 평가한다.
이 역설은 신앙의 본질을 묻는다. 하나님의 뜻을 향한 열정이 때로는 ‘자신의 뜻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요시야의 마지막 전쟁은 바로 그 오해의 대가였다.
요시야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신앙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다. 하나님께 대한 순종은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분별’을 포함해야 한다. 느고의 입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뜻이 전달될 수 있었음을 요시야는 깨닫지 못했다.
오늘날 신앙인에게 요시야의 마지막은 경고처럼 들린다. 하나님께 헌신하는 열심이 때로는 ‘자기 신념’에 묶이지 않도록, 말씀의 방향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가 예상치 못한 통로로 말씀하신다. 그 음성을 분별하는 자만이 진정한 순종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