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울려 퍼진 지구의 소리, 아시아 예술가들이 모인 ‘공존의 식탁’
예술로 말하는 생태의 언어, ‘지구의 소리2’의 메시지
2025년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부산 ‘스페이스 롯’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지구의 소리2 : 아시아의 식탁(Asia at the Table)’은 예술과 환경, 일상이 교차하는 새로운 대화의 장이다.
이번 행사는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하고, 아시아 각국의 예술가와 연구자가 참여하여 기후위기 시대의 ‘먹거리’와 ‘예술’을 화두로 삼는다.
심포지엄의 핵심 주제는 “기후위기와 아시아의 변화하는 식문화”이다. 단순한 식탁의 이야기가 아닌,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과 감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예술이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프로그램은 학술발표와 예술발표가 번갈아 이어지며, 학문적 담론과 예술적 실천이 긴밀히 엮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갯벌에서 식탁으로 — 아시아의 생명과 예술이 만나다
첫째 날(29일)은 ‘갯벌에서 만나는 보물’이라는 주제로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발표를 열었다.
민은주는 부산의 갯벌이 단순한 생태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문화의 뿌리임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속에서 갯벌 보전이 왜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전했다.
이어 리마 다우마센(Leemar Damuasen, 아보락 퍼포머)과 니탄트 나이르(Nitant Nair, 델리 식물전문가), 유코 카와모토(Yuko Kawamoto, 부댄댄서)가 예술 발표를 이어갔다.
리마는 필리핀 아보락의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자연과 인간의 숨결’을 무대 위로 옮겼고, 니탄트는 인도의 식물 생태계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도시 속 녹색의 의미를 다시 질문했다.
유코 카와모토의 무용은 인간의 몸이 곧 자연의 일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생태적 감수성을 관객에게 깊이 새겼다.
행사의 분위기는 엄숙함보다는 따뜻한 연대의 감정으로 채워졌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지만, ‘식탁’이라는 보편의 경험 위에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후위기 시대, 예술이 제시하는 새로운 공존의 방식
둘째 날(30일)은 ‘지구를 위한 식탁 레시피’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학술 발표에서는 박혜옥(부산산한살림)이 지속 가능한 식생활과 로컬푸드 실천 사례를 공유하며, 환경 운동과 생활 실천의 연결점을 제시할 계획이다.
예술 발표에는 클로이 탄(Chloe Tan, 말레이시아 무용수), 록 소킴(Loke Soh Kim, 안무가), 완딴 우마(Wantan Wuma, 타이 예술가)가 참여한다.
클로이는 몸의 움직임으로 ‘기후의 흐름’을 표현하며, 무용이 환경 담론에 접근할 수 있는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록 소킴은 코발트빛 조명 속에서 ‘소리의 파도’를 주제로 한 안무를 선보이고, 완딴 우마는 태국의 전통 리듬과 기후변화 이미지를 결합한 시청각 공연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날의 공연들은 모두 ‘공존’을 핵심어로 삼는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예술 언어를 모색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예술이 더 이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태적 실천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몸으로 말하는 기후위기, 시민과 예술이 이어지다
심포지엄의 마지막 순서는 시민 참여 워크숍 ‘몸으로 말하는 기후위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 워크숍에서는 예술가와 참가자들이 함께 몸의 움직임으로 기후위기를 표현하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나누게 된다.
참가자들은 예술을 통해 기후위기를 ‘감성의 언어’로 체험하며, “예술이 생각보다 더 직접적인 행동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유할 예정이다.
‘지구의 소리2’는 단순한 예술 행사나 환경 캠페인이 아닌, ‘공존의 실천’ 그 자체로 기획됐다.
예술과 생태학, 철학이 만나는 실험적 무대이자,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감각을 탐구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주최 측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를 예술이 직접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감각을 열고 공감의 언어를 만들 수는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심포지엄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을 보여줄 무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