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부동산 수요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에서는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과 규제 위주의 정책이 맞물리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주거복지를 위한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의 방향성과 시장 반응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 지역의 신용대출 증가와 강북의 대출 제한, 전세 물량 감소, 월세 상승률 급등 등을 언급하며 정책 실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세가격 급등은 전세사기 사태 이후의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설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향후 1년 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정부가 잇따라 대출 규제와 공급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대 심리는 여전히 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동성까지 뒷받침되면서 매도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들어 21.8% 급감해 2만4천여 가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전셋값은 올해 들어 2.17% 상승했다. 전세 매물 부족과 함께 대출 규제가 겹치며 세입자들은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따라 월세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로 집중되는 수요와 구조적 공급 부족에 더해 과도한 규제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책의 칼날이 실수요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시장 신뢰 회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투기 억제에 집중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실질적 공급 확대와 시장 친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종학 기자 horange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