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 10초의 음성 샘플만으로도 특정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하는 '딥보이스(Deepvoice)' 기술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새로운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엄마, 나야..."라며 다급한 자녀의 목소리로 걸려오는 전화에 부모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사회 전반의 경각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초면 '뚝딱'…감성적 신뢰 노린 신종 사기
과거 보이스피싱은 어설픈 연변 사투리나 기계음으로 구분이 가능했지만, AI 딥보이스 기술은 차원이 다르다. 범죄자들은 SNS, 유튜브, 틱톡 등 온라인에 공개된 단 10초 내외의 짧은 음성 데이터만 확보하면, 대상의 억양, 말투, 호흡까지 유사하게 복제해낸다.
이들은 이렇게 복제한 목소리로 "사고가 났다", "급히 돈이 필요하다" 등 가장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전화를 건다. 특히 피해자가 냉정한 판단을 내릴 틈을 주지 않고 다급한 상황을 연출, 감성적으로 즉각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인이 전화 통화만으로 목소리의 진위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전통적인 수법보다 사기 성공률이 훨씬 높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단순한 금전 사기를 넘어, 특정인의 목소리로 가짜뉴스(허위 정보)를 유포하거나 기업 CEO를 사칭해 거액의 자금을 이체하도록 지시하는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혼란을 야기하는 범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끊고, 암호 확인!"…가장 중요한 개인 예방
전문가들은 고도화된 기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개인 스스로가 방어막을 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족 암호(Safe Word)'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오늘 날씨 어때?"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이 아닌, 가족 구성원만 알 수 있는 고유한 질문이나 암호(예: "우리집 강아지 첫 병원 이름은?")를 정해두고, 금전을 요구하는 의심스러운 전화가 오면 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한, 익숙한 목소리로 아무리 다급하게 돈을 요구하더라도,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하기(Call Back)'를 실천해야 한다. 전화를 끊고 자신이 원래 저장해 둔 가족의 번호로 직접 다시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사기범들은 항상 "지금 당장", "급하게"를 강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비정상적인 송금 요청은 일단 의심해야 하며, SNS에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나 음성 메시지를 과도하게 공개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회·기술적 방어막 구축도 시급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기술적 차원의 대응도 시급하다. AI가 만든 목소리를 탐지하는 또 다른 AI 기술을 고도화하여 통신사나 금융 기관에서 실시간으로 사기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한, 원본 음성에 사람이 인지할 수 없는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해 복제된 음성을 식별하는 기술 도입과 함께, AI를 악용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강력한 법적 규제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 보안 전문가는 "기술의 발전이 범죄에 악용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특히 AI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신종 범죄 수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찬
· (전)서울시의회 의원, 서울시의회독도특위위원장
· 민주평통자문회의자문위원
· 서울남부지방법원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