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마총의 금관 모형과 무궁화 대훈장을 선물한 대한민국의 외교 전략

천년고도의 유물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신라시대 찬란한 유물들: 천만총의 황금관

2025 경주 APEC 회담의 외교전략

대통령실 기자단 사진, 2025 APEC 정상회담

 

천년고도의 유물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지난 10월 초 추석 연휴, 신라 역사의 정수를 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놀러갔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불국사였다. 불국사 대웅전 앞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쌍벽을 이루며 서 있었다.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다보탑의 모습이 단연 덧보였다. 국가의 보물들이 천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는 동안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 서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불국사를 구경하고, 석굴암을 보러갔다. 불국사에서 석굴암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는 거리였지만 차들이 많아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석굴암은 토함산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석굴암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막을 쳐두었고, 비가 내려도 훼손되지 않도록 기와 건물로 보존하고 있었다. 유리막 안에 지긋히 미소짓는 듯한 너그러운 모습을 한 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첫째 날 마지막으로 간 곳이 첨성대였다. 커다란 둥근 릉이 여러 개 서 있는 지역 평지에 첨성대가 있었다.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천문관측대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다. 첨성대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천년이 훌쩍 넘은 유물이다. 유물은 시간이 오래될수록 가치를 발휘한다.

 

신라시대 찬란한 유물들: 천만총의 황금관 

 

두 번째 날에 찾아간 곳이 경주국립박물관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뗀석기에서 시작해 신석기 시대의 토기, 청동기와 철기의 유물, 그리고 삼국시대 신라의 찬란한 금으로 된 유물까지 신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오래 붙잡은 것은 천마총(金冠)의 황금관이었다. 눈부신 금빛 장식 왕관이 유달리 덧보였다. 신라 유물에는 유난히 황금이 많았다. 황금은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황금으로 만든 왕관은 그만큼 왕과 왕실의 권위를 유지해주는 상징물이다.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신라 금관

 

천마총 금관은 단순한 고대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주권과 창의, 그리고 생존의 상징이다. 천년 전 신라 장인들이 빚어낸 금관의 가지와 옥 장식은 화려함을 넘어, 하늘과 땅, 인간과 신의 조화를 상징했다. 신라에서 금은 권위와 신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재료였다. 그러므로 금관을 외국 정상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단순한 외교 선물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문명적 교류의 상징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의 작은 왕국이었지만 스스로의 문화와 정체성을 굳건히 세웠던 신라의 정신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신라역사관과 미술관을 다 관람하고 뒤뜰로 나왔을 때 그곳에 2025 APEC에서 사용할 건물이 완공되어 있었다. 10월 말쯤 각국 정상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2025 APEC 정상회담이 개최될거라고 했다. 그 건물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도 누군가 말했다.

 

2025 경주 APEC 회담의 외교전략

 

경주의 길거리는 깨끗히 청소가 되어 국화꽃들이 길거리를 환하게 장식해주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2025 경주 APEC을 알리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야간에도 경주 APEC를 알리는 전광판이 빛나고 있었다.  

 

이번 2025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과 '무궁화 대훈장'을 선물했다는 소식이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

 

'천마총 금관'은 현존하는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형태로 평가되는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황금기를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무궁화 대훈장’은 금 190돈에 루비, 자수정, 칠보 등 보석으로 장식된 우리나라 최고 훈장이다.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겨주는 것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보다 효율적인 협상을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외교의 세계에서 이 행위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작은 나라는 힘이 아니라 지혜로 외교를 해야 한다.신라 금관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하듯, 한국의 외교도 강요나 과시가 아닌 문화와 상징의 힘, 즉 ‘소프트파워’로 이루어진다. 금관은 “우리는 오래된 문명을 가진 자존의 나라”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한다. 강대국의 그늘 속에서도 품격과 기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역사 속 신라는 그보다 큰 고구려와 백제 사이에서 현실주의적 외교와 전략적 동맹으로 생존했다. 당나라와의 연합을 통해 통일의 꿈을 이룬 것도 바로 그러한 지혜의 산물이었다. 오늘의 한국 역시 이런 유산을 이어받아, 현실적 외교 감각과 문화적 자산을 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강대국과의 관계에서는 국익을 지키되, 인류 공동의 가치와 문명적 품격으로 스스로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이번 2025 경주 APEC을 보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외교 관계가 어떠해야할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신라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작지만 빛나는 존재로 남는 법, 그것이 신라가 남긴 지혜이자 한국 외교의 길이다.

 

천마총의 금관은 그 황금빛으로 우리에게 속삭인다. “크지 않아도 빛날 수 있다.” 

그것이 작은 나라의 품격이고, 외교의 진정한 예술이다.

 

 

명인자 칼럼리스트 기자 88hagee@gmail.com
작성 2025.10.30 11:49 수정 2025.10.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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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