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산국악당이 동시대 전통예술의 실험적 무대를 선보이는 기획 시리즈 ‘남산컨템포러리 – 전통, 길을 묻다’를 5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이 시리즈는 ‘남산에 담는 이 시대의 예술’을 주제로 전통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 창작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장으로 주목받았다.
부활의 첫 무대인 ‘Roots Hz 뿌리의 주파수’(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서령)는 11월 13일과 14일 저녁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공연된다. 이번 작품은 안무가 차진엽,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소리꾼 권송희 세 예술가가 10년 만에 다시 만나 ‘지금의 전통’을 묻는 협업 무대다.
‘Roots Hz’는 전통을 박제된 유산이 아닌, 현재의 몸과 소리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관계로 바라본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서로를 ‘사용’하는 시간 개념을 탐구하고, 뿌리가 아래로만 뻗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리좀(rhizome)의 이미지를 통해 전통의 확장성을 시각화한다.
‘Roots(뿌리)’는 수직적 혈통이 아닌 가로로 얽히며 공명하는 관계의 지도, ‘Hz(헤르츠)’는 전통을 향한 탐구의 주파수이자 공명의 리듬을 상징한다. 작품은 기억이 아닌 관계로서의 전통, 보존이 아닌 공존으로서의 예술, 재현이 아닌 공명으로서의 몸을 제시한다.
공연은 ‘다이얼로그 퍼포먼스’ 형식으로 구성돼, 세 예술가가 각자의 매체인 몸·악기·소리를 통해 전통의 사용과 관계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간다. 차진엽 안무가는 신체의 민주성을 통해 전통의 위계를 해체하고, 심은용은 여백과 여음을 통해 ‘소리 이후의 울림’을 탐색한다. 권송희는 게스트 아티스트 정중엽과 함께 판소리와 전자악기 부클라를 결합해 인간의 숨결과 전자적 진동이 공존하는 새로운 감각의 층위를 실험한다.
김서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Roots Hz는 전통을 형식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묻는 무대”라며 “전통이 관계의 언어로 살아 움직이며 동시대의 감각 속에서 새롭게 공명하는 순간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남산국악당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전통예술이 동시대 예술과 만나 경계를 허물고 확장되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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