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곳곳에서 “사람이 줄고 있다”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출산율과 일자리 부족만으로 인구 감소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역사회 내부의 폐쇄적 권력 구조와 배타적 문화, 그리고 외부인과 젊은 세대에 대한 제한적 수용이다.
많은 지역에서 공식 행정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소위 ‘지역 유지’와 전직 공무원, 전 의원들이다. 그들은 공공사업, 행사, 인사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며, 오래된 인맥과 명성으로 지역 사회를 사실상 사유화한다.
일부 기초단체 의원들은 의정활동보다 개인·이익 단체 챙기기에 집중하고, 전직 공무원 출신은 행정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공식 창구 역할을 자처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민이나 외부 인재의 제안은 배척되기 일쑤다.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와 외부 인재는 설 자리를 잃고,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오래된 관행 속에서 사라진다. 마을 행사와 위원회에서 “우리 방식이 있다”는 말은 혁신의 문을 닫는 벽이 되고, 외지 출신이 문을 열어도 지역 유지들의 견제로 금세 사라진다. 이처럼 권력의 사유화와 배타적 문화는 지방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지자체는 청년 정착 지원금, 귀농·귀촌 사업 등 외형적 대책을 내세우지만, 사람들이 떠나는 진짜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폐쇄적 구조가 만든 그림자 권력과 배타적 관행이,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을 구조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방사회는 더 이상 이름값과 전직 프리미엄에 기대어 운영될 수 없다. 전직 공무원과 전 의원들의 비공식 영향력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공사업과 보조금 심사 과정을 개방해야 한다.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만, 폐쇄적 권력과 배타적 문화가 낳은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지방의 미래는 단순한 예산과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권력 구조와 문화, 즉 사람과 관계의 문제를 바꿀 때 비로소 지방은 인구와 활력을 회복하고, 신뢰 위에 서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닫힌 마음을 열지 않는 한, 지방의 지도는 계속 비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