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섬세한 인식으로 경험의 종말을 막을 수 있다
맛은 감각으로 반응하지만, 맛의 표현은 경험의 깊이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감각 경험이 발달 뇌의 구조적 가소성을 조절한다 (Chen 외, 2021)"에서 나타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감각적 경험이 뇌 피질의 구조적 가소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고, 감각 경험이 부족하면 신경회로 발달이 저해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맛을 포함한 감각 경험이 단순히 즐거움 차원을 넘어서 뇌 구조와 기능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소년 때는 경험의 수준에 따라 사고력의 품질도 달라진다. 그래서 맛을 온전히 인식해야 하고 이를 통해 깊이 있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경험은 반응하는 그대로 축적되는데 나름대로 함량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더 깊은 경험으로 연결된다. 맛의 인식은 감각으로 인한 방향과 다양한 반응을 유발한다. 이러한 맛을 온전히 즐기면 오감의 경험이 갈수록 풍부해진다. 맛을 온전히 즐기는 것은 진정한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을 놓치게 되면 그만큼 다른 방법으로 경험을 추구하게 된다.
AI의 급격한 발전은 사회 전반의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대체하는 중이다. 이에 따른 연구가 있다. "디지털 혁명이 인간 뇌와 인지에 미치는 영향 (Korte 외, 2020)"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뇌 기능, 특히 주의력과 작업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다. 이 연구는 직접적 경험이 줄어드는 현상과 디지털화된 경험이 뇌·인지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배경을 제공해 준다.
AI는 모든 자료를 요약하고 분석해준다. 이를 문제 삼아 정리한 책으로 역사학자인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이 출간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의 "직접 경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람들의 경험이 이렇게 줄어든다면 점차로 위기를 맞이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기술은 독서, 글쓰기, 창작, 소통 등 인간의 본질적 경험을 AI·알고리즘·자동화로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다운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저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직접 경험(대면 소통, 손글씨, 기다림의 미학, 공공성 감각)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AI 기술은 감각을 통한 인식을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추상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간의 정체성이 약화하고 있다. 삶의 모든 영역은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로 연결되면서 감각의 기능이 편파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인간의 만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중이다. 저자는 ‘경험의 멸종은 선택이다’라고 하였고, "경험의 멸종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하였다. 경험의 소멸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새로운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경험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눌 수 있다. 긍정의 경험은 대부분 문화생활과 스포츠 활동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경험의 구체적 의미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험의 품질은 거론하지 않는다. 수준 높은 전문가들은 경험의 최고 품질을 즐기고 누린다. 우리는 경험이 주는 의미도 거론하지 않는다. 누군가 즐기면 따라서 할 뿐이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의 행복을 어렵지 않게 높여주었다. 그래서 경험의 깊이를 추구할 여력도 생기지 않았다. 맛의 경험은 미약할 수도 있지만, 강력하기도 하다. 이러한 연구는 "다중 감각 학습이 뉴런들을 교차 모드 기억 회로로 결합한다(Okray 외, 2023)"로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여러 감각을 동시 자극했을 때 기억력 및 인지 능력이 향상됨을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의미는 맛과 다른 감각(후각, 촉각 등)을 결합한 경험이 인지적 깊이와 기억의 ‘품질’을 높이는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의 깊이”를 보완하기에 적합하다. 몸과 마음은 이보다 많은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방편을 찾기는 어렵다. 경험은 자체의 품질도 있지만, 인식할 때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경험의 멸종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경험의 품질은 만족의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학습 능력을 뒷받침하는 만족과 자신감은 경험의 품질이 지원하기에 더욱이 필요하다. 학습 능력을 높여줄 수 있는 경험은 맛의 인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주니어 미식가는 맛의 깊이를 충분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이다. 성장기에 경험되는 온전한 맛의 인식은 섬세한 감정을 유발한다. 맛이 주는 경험이 먹을 때마다 깊어지면 경험의 품질이 좋아진다. 맛이 주는 경험을 놓치게 되면 그만큼 경험의 축적이 줄어든다. 감각의 섬세한 인식이 많아지면 학습의 구체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청소년들의 맛 인식은 경험의 새로운 시도이다.
맛 평가론 저자 조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