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움의 본질, 성적이 아닌 성장을 위한 여정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확장하는 과정이며, 인생 전반에 걸친 성장의 여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교육 현장은 여전히 성적과 순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배움의 이유’가 아닌 ‘비교의 결과’가 강조되면서, 학습은 즐거움이 아닌 부담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배움은 점수를 향한 경쟁이 아니라 변화와 성숙의 과정이다. 성적표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찰할 수 있는 힘’이다. 이러한 성장 중심의 학습관은 최근 교육심리학과 뇌과학에서도 강조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캐럴 드웩(C. Dwec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학생일수록 실패를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여 장기적인 성취를 이룬다고 한다. 이는 배움이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힘임을 보여준다.
익힘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짜 실력’의 의미
익힘은 배움을 ‘내면화하는 행위’이다.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험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수학 공식을 외우는 학생보다, 왜 그 공식이 나왔는지를 이해하고 응용할 줄 아는 학생이 진정으로 익혔다고 말할 수 있다.
익힘의 핵심은 반복과 실패다. 한 번에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틀리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학습의 깊이가 더해진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좌절과 인내가 진짜 실력을 만든다. 핀란드의 교육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틀림 없는 정답’보다 ‘배움의 이유’를 중시하며, 시험 대신 토론과 탐구 중심의 수업을 운영한다. 익힘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인간적 학습의 과정이다.
비교와 경쟁을 넘어서는 새로운 학습 문화
한국 사회의 교육은 오랫동안 경쟁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다.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인식은 성과주의를 강화했지만, 동시에 배움의 즐거움을 빼앗았다. 학생들은 서로를 학습의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했고, 이는 협력의 부재로 이어졌다.
그러나 21세기의 학습은 ‘경쟁’보다 ‘공유’와 ‘협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보여주듯, 새로운 아이디어는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실험하는 환경에서 탄생한다. 교육 현장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함께 배우는 교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러닝 커뮤니티’ 등은 경쟁 중심 문화를 바꾸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움은 이제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집단의 성장을 향해야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경험을 공유할 때, 학습은 진정으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평생학습 사회로 가는 길, 배움의 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
AI와 자동화의 시대, 지식의 유통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배움은 더 이상 특정 시기의 과제가 아니라, 평생 지속되는 삶의 습관이 되었다. 직업이 바뀌고 기술이 사라지는 시대에, 유일하게 남는 것은 배우고 익히는 태도다.
유네스코는 이미 21세기를 ‘평생학습 사회’로 정의했다. 이는 학교 교육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배움은 더 이상 청소년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 은퇴 후에도 배우는 노년층,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직장인, 배움의 기회를 다시 찾는 주부들 — 그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가 점차 성장 중심의 학습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움의 방향은 이제 ‘속도’가 아니라 ‘깊이’에 있다. 빠르게 배우는 것보다, 깊이 익히고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것이 배움의 진정한 미래다.

배움과 익힘은 결과를 겨루는 일이 아니라, 가능성을 키워가는 일이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만나기 위해 익히는 것이다. 지식은 쌓을수록 무거워지지만, 배움은 나눌수록 가벼워진다. 그것이 배움이 경쟁이 아닌 성장의 언어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험이 아니라, 더 깊은 성찰이다. 진정한 배움은 성적표가 아닌 태도의 변화에서 드러난다. 익힘은 지식을 소유하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훈련이다. 배움이 성장의 불씨를 지피고, 익힘이 그 불씨를 현실로 만든다. 그 불빛이 개인의 인생을 비추고, 사회의 방향을 밝힌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시 ‘배움과 익힘’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