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46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미리 자주 표현하기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표현은 타이밍이 아니라 태도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지만, 표현은 언제나 선택 가능하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가까운 사람일수록 미루게 되는 마음

사람은 가까운 존재에게 일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전하면서도, 정작 가장 곁에 있는 이들에게는 미루고 또 미룬다. ‘언제든 말할 수 있다’는 안일함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남는 것은 ‘그때 왜 말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뿐이다.

 

필자 역시 그러했다.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뇌면서도 막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다음에 하지’, ‘내일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익숙했다. 그러나 내일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흐트러졌고, 그 ‘다음’은 멀어지기만 했다.

 

뒤늦은 회상 속에서 만난 문장

며칠 전 자서전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준비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그 과정에서 묻어두었던 이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떠나보냈던 사람들, 놓쳐버린 관계들, 그리고 그때 전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 한쪽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 순간, 얼마 전에 발견한 20년 전의 일기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후회하지 말자.” 놀랍게도 그 어린 나이에도 같은 다짐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진심, 여전히 유효한 인생의 문장이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남기는 무게

최근 읽고 있는 『내가 통과한 매운 계절들』 속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만났다. “죽는 순간 말하지 못할 것 같으면 미리, 자주 해놓을 것이다. 덕분에 인생이 재미있다고,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이 문장은 그저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었다. 삶의 태도를 묻는 한 문장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한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은 후회만큼 오래 남는 후회는 없다. 말하지 않은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를 더하고, 관계의 틈을 만든다. 결국 말 한마디가 관계를 지켜주고, 그 한마디가 추억을 아름답게 바꾼다.

 

표현은 타이밍이 아니라 태도

감정의 표현은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태도의 문제다. 진심을 전하는 일은 거창한 준비를 요구하지 않는다. 짧은 문자 한 줄, 짧은 통화 한 번이면 충분하다. 진심은 길이가 아니라 용기에 담긴다.

 

필자는 이제야 그 단순한 사실을 배운다. 삶은 예측할 수 없고, 내일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에’라는 말로 미루기보다 ‘지금’이라는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관계를 지키는 가장 단순한 방법

표현은 관계의 온도를 조절한다. 한마디의 “괜찮아”가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고, 한마디의 “고마워”가 마음의 벽을 허문다. 그리고 한마디의 “사랑해”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관계를 지켜준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익숙한 관계일수록 그 말이 더 필요하다.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고, 전달되지 않으면 관계는 점차 희미해진다.

 

후회는 결국 표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려워서 미루는 동안,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예측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므로 오늘 이 순간,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 한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괜찮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 미리, 자주, 지금 바로.

 

그것이 후회하지 않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지만, 표현은 언제나 선택 가능하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0.31 00:37 수정 2025.10.31 00:43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