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밖에서 진짜 필요한 권리 수업, 『나의 권리를 말한다』가 던진 질문
“권리”는 언제나 법정이나 교과서 안에서만 존재하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삶 속에 등장한다.
직장에서의 부당한 지시, 인터넷에서의 저작권, 집세 분쟁, 소비자 피해, 혹은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까지.
『나의 권리를 말한다』(전대원 저, 뜨인돌출판사)는 이런 권리의 얼굴을 현실 속에서 해부한다.
이 책은 “권리”를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 기술로 다룬다. 저자 전대원은 현직 ‘법과 사회’ 교사이자, 동시에 한 가정의 가장,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이다.
그의 눈은 그래서 다층적이다.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집에서 가족을 돌보며, 또 사회의 일원으로 불합리와 마주하며 얻은 이야기들이 책 전반에 녹아 있다.
이 책은 “권리의 교양서”이자, 학교 밖 세상에서 필요한 생존 수업서다.
전대원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그는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거리와 언론 속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세상 수업”을 한다.
한화 회장의 폭행 사건을 통해 권리의 공평함을,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피의자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 하나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정의감이 아니다. 전대원은 법이 때로는 강자의 논리에 휘둘리고, 감정적 여론에 휩싸일 때조차 “합리적 판단”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감정에 기대지 않고, 법과 사회의 진짜 교양을 전하는 드문 에세이로 읽힌다.
『나의 권리를 말한다』는 ‘권리’라는 단어가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작권 위반으로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안락사 논쟁을 불러온 케보키안 박사 이야기,
그리고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과 소비자 권리까지.
이 사례들은 모두 “법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특히 저자는 “지식공유에 치사해지지 않는 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문장을 던지며,
지적재산권 문제의 본질을 통찰한다.
그의 질문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넘어서, 지식사회에서의 인간의 품격에 대해 묻는다.
책의 마지막 장은 결국 인간의 존엄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인간의 삶이 ‘권리를 쟁취하는 과정’임을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천부인권에서 시작해, 교육권·노동권·주거권·환경권, 그리고 생의 마지막을 결정할 권리까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그는 이 경구로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자신의 권리를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권리를, 타인의 권리와 함께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책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권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나의 권리를 말한다』는 청소년 교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은 성인을 위한 사회학 교양서다.
법과 인권을 소재로 삼되, 문장은 쉽고, 사고는 깊다.
철학적 사유와 뉴스의 현실이 한데 엮인 문장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 책은 ‘권리’라는 단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기고, 살아 있는 언어로 되살린다.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다시금 묻는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얼마나 알고,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