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C 본더 기술, 분쟁의 본질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특허분쟁은 단순한 법적 다툼이 아닌 HBM 공정 핵심 장비 TC 본더의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다. 이 장비는 반도체 칩을 고온과 압력으로 정밀하게 적층 접합하는 공정 장비로, HBM3·HBM3E 세대에서 생산 수율과 직결된다. 한미반도체는 광학식 정렬 센서 기반 위치 보정과 독립 온도조절형 본딩 헤드를 적용하고 있으며, 한화세미텍은 서보모터 제어 기반 정밀 정렬 기술과 다층 히터·냉각 일체형 구조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처럼 구조적 차이는 외형보다는 내부 제어 알고리즘과 열전달 효율에서 갈리며, 침해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청구항 비교와 무효심판의 쟁점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특허는
① 열압착 헤드와 냉각 블록이 결합된 본딩 모듈,
② 반도체 칩 정렬 장치,
③ 온도·압력 피드백 제어 알고리즘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한화세미텍은 이 중 ②와 ③이 기존 선행기술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신규성·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결국 핵심은 한미 기술이 실제로 열전달 효율 향상 및 접합 품질 개선이라는 실질적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느냐이다. 실험데이터와 비교실시예 등 기술자료의 수준이 무효심판 결과를 좌우할 관건으로 꼽힌다.
■ 시장 및 공급망 영향
이번 특허분쟁은 기술 경쟁을 넘어 HBM 장비 공급망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TC 본더는 HBM 공정의 필수 장비로 납품 중단 시 즉시 생산라인 차질이 발생한다.
한미반도체: 기존 공급계약 유지가 매출에 직접 영향, 소송 장기화 시 신규 수주 지연 우려
한화세미텍: 신규 진입 기업으로 인증·양산 승인 지연, 시장 신뢰도 하락 가능성
고객사들은 납품 안정성을 위해 한쪽으로 공급선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TC 본더 시장의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HBM3E 시장은 2026년까지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특허와 기술 확보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기업의 대응 전략
분쟁은 장비기업의 지식재산권(IP) 관리 역량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기업들은 세 가지 축에서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비침해 설계(Design-around): 침해 의심 구성요소의 구조를 변경해 청구항 차별성 확보
포트폴리오 강화: 분할출원·보완특허로 동일 기술군을 다층 방어
계약 리스크 점검: ‘지재권 분쟁 시 납품중단’ 조항을 사전 검토하고 대체공급선 확보
사전 준비가 부족하면 장기 소송으로 인한 공급 차질·매출 공백이 불가피하다.
■ 향후 절차 및 관찰 포인트
현재 무효심판은 2025년 상반기, 침해소송 1심은 2025년 하반기 이후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항소할 경우 전체 분쟁이 2~3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 또한 기술유출·영업비밀 침해 쟁점이 병합되면 부정경쟁방지법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은 청구항 해석의 일관성 유지, 기술자료 증거관리 체계화, 침해소송·무효심판 간 전략 분리를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반도체 장비 산업이 지식재산권 중심 경쟁구조로 전환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 칼럼니스트 특허법인 서한 변리사 김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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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력
-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 경력
-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반
- 발명진흥회 특허기술평가 전문위원
- 발명진흥회 지식재산 가치평가 품질관리 외부전문가
-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지원단
- (사)서울경제인협회 지식재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