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상원, '트럼프 상호관세 중단' 결의안 가결…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 '상징적 깃발' 올리다
관세 정책 대전환 가능성 시사, 韓 수출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 전문가 "실효성보다 '워싱턴 컨센서스' 변화 주목"
【워싱턴/서울 경제외교 특별취재팀】 미국 연방 상원이 현지 시간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조치를 중단시키는 공동 결의안을 찬성 51표, 반대 47표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어 당장의 실질적 효력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이번 상원 결의안 통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워싱턴 내부의 강력한 반발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국내외 무역·경제계에 커다란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번 결의안 통과가 향후 통상 정책 변화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결의안의 ‘상징적 효과’가 실효성을 압도하며, 글로벌 공급망과 한국 경제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다.
I. 상원 결의안 통과의 의미: '일방주의'에 대한 초당적 견제
1. 랜드마크 투표의 정치적 배경
미국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를 이유로 행정명령을 통해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를 종료하는 공동 결의안을 가결했다. 불과 몇 달 전 부결되었던 이 결의안이 이번에 통과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다.
공화당 이탈 표심: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랜드 폴(Rand Paul), 미치 매코널(Mitch McConnell),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등 4명의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하여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내부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내 산업계의 고통: 상호관세가 발효된 이후, 미국 제조업체들은 수입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와 수출 경쟁력 약화를 호소해왔다. 특히 농업 및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로비와 민심이 의회에 전달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존 리 (美 싱크탱크 대외정책 연구원): "이번 상원 결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한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가 서서히 균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결의안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이는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강력한 경고장’이며, 장기적으로 관세 정책의 수정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 실효성 논란과 '트럼프 거부권'의 그림자
결의안이 법률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을 통과해야 하며, 이후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낮으며, 설령 통과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정책을 제한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은 확실시된다.
따라서 당장 한국에 부과된 15% 내외의 상호관세율에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정책의 방향성'에 베팅한다.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유연성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만큼, 향후 각국과의 양자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 또는 특정 품목 면제를 위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II. 한국 경제에 미치는 3가지 중장기 파급효과
비록 직접적인 관세 중단 효과는 없지만, 이번 결의안 통과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대미 통상 전략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 (무역 경로) 수출 불확실성 완화 및 투자 심리 개선
미국 상원의 견제 움직임은 관세 정책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및 수출 계획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이재원 (한국경제연구원 국제통상팀장): "가장 큰 효과는 불확실성 리스크의 하향 안정화입니다.
상호관세는 관세율 자체의 높고 낮음을 넘어, 언제든지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관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정책 리스크’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향후 관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다소 약화시키며, 자동차, 철강, 금속·기계 등 고관세 적용 품목을 중심으로 기업의 장기 투자 계획 및 공급망 재편에 숨통을 트이게 할 것입니다."
2. (금융 경로) 금리 인하 기대감 회복
미국 관세 정책은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하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상원의 견제는 향후 관세율이 부분적으로라도 조정될 여지를 만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박미경 (글로벌 증권사 수석 이코노미스트): "관세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은 미국 내 물가 상승 경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하고, 환율 안정과 외국인 자금 유입을 촉진하여 최근 호황을 보이고 있는 한국 증시에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입니다."
3. (외교 경로) 양자 협상에서의 한국 협상력 강화
이번 상원의 움직임은 향후 한국 정부가 미국과 관세 관련 양자 협상을 진행할 때 유리한 명분을 제공한다.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도 관세로 인한 국내적 고통에 대한 인식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정우 (통상외교 전문 변호사): "한국 정부는 이번 상원 결의를 활용하여, 한-미 FTA 등 기존 협정의 가치를 재차 강조하고, 첨단 기술 및 공급망 협력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내세워 상호관세율의 추가 인하 또는 면제를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및 핵심 광물 등 미국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을 낮추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III. 결론 및 향후 전망: '관세의 시대' 종말을 위한 긴 여정의 시작
미 상원의 '상호관세 중단' 결의안 통과는 글로벌 무역 질서가 '일방적인 보호무역'에서 '다자주의적 협력'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비록 최종적인 효력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힐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결의안은 미국 정치 시스템 내부에서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원칙을 지지하는 초당적인 목소리가 여전히 강력함을 입증했다.
글로벌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난 1년간 성장이 둔화되는 고통을 겪었다. 이번 상원의 상징적인 움직임이 하원의 변화와 행정부의 유연성으로 이어져,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교역국들이 ‘관세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무역 협력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