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체계 전면 개편에 나선다. 지역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시가격 산정부터 이의신청 1차 검토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되며, 그간 제기돼 온 ‘깜깜이 산정’과 ‘셀프 심사’ 논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10월 30일 국토연구원에서 전국 9개 시·도와 함께 ‘공시가격 검증지원센터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서울, 대구, 인천, 대전, 경기, 충북, 충남, 전남, 경북 등 9개 시·도가 참여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공시가격 검증 체계에 지자체의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한 첫 단계로, 2023년 10월 발표된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정책연구용역 및 일부 지역 시범 적용을 거쳐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핵심은 공시가격 산정과 검증 주체를 다원화하고, ‘선수-심판 분리’ 원칙을 명확히 하는 데 있다. 기존에는 한국부동산원이 공시가격을 산정한 뒤 이의신청 심사까지 전담하며 이해충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1차 검토를 수행하고,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최종 조정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로 변경된다.
지자체는 표준 부동산의 분포 적정성, 지역 간 가격 형평성 등 산정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공시가격의 현실성과 정확도를 높이게 된다. 특히 지역 여건을 반영한 검증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역민의 체감도와 제도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토부는 시범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조사비 등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부동산원과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관련 교육 및 데이터 제공을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공시가격은 국민의 조세·복지 부담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라며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역 주민들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하고, 이의신청 절차에 직접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확대된다.
홍종학 기자 horange811@gmail.com